25조 체코원전 수주에도…이란발 긴장에 해외수주 실적 먹구름

사우디·UAE 등 대형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
장비·자재 조달도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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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이란이 미국의 핵시설 폭격에 대한 대응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한국 건설사의 중동 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원유·LNG의 핵심 수송로가 막히고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을 주력 시장으로 삼아온 국내 건설사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국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116억 2247만 6000달러(약 16조 437억 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동이 56억 4174만 2000달러(약 7조 7890억 원)로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48.5%를 차지하며 최대 비중을 보였다.

다른 지역별 수주액은 △아시아 15억 8045만 8000달러 △태평양·북미 25억 7126만 8000달러 △유럽 9억 4376만 9000달러 △아프리카 5억 484만 7000달러 △중남미 3억 8039만 2000달러 등이다.

관련 업계는 6월 계약체결이 이뤄진 체코 원전 사업(약 25조 원)이 상반기 실적에 반영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반기 해외건설 수주 실적에는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 해당 지역의 발주가 줄어들고, 진행 중이던 사업도 장비나 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중동의 주요 발주처인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에서 석유화학플랜트 중심으로 한 사업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며 "사업·예산집행 보류, 연기 등의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이란 긴장 고조라는 대외변수로 인해 국내 건설경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발주처뿐만 아니라 국내서도 기존 계획이 연기되는 등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동 지역 신규 수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큰손’ 발주처들이 재정 지출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면서 대형 프로젝트를 미룰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