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겸용 공항 8곳…"美 처럼 충돌 안 났지만, 점검 강화 필요"
군용기·민항공기 고도 달라…레이더 등 관제 의존도 커
민간 활주로 필요성 있지만 "하루 10편 내외, 신중히 접근해야"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미국 워싱턴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가운데 국내 민군겸용 공항 8곳에 대한 안전 문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공중충돌방지시스템(TCAS)은 국내 군항공기에 통상적으로 장착돼 있지 않고, 이용객이 늘고 있는 겸용공항에 민항기 전용 활주로가 없다는 점은 안전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공항 중 민군겸용공항은 김해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 청주국제공항, 광주공항, 사천공항, 군산공항, 원주공항, 포항경주공항 등이다.
활주로 길이(주활주로 기준)는 김해공항 3200m, 대구공항 2755m, 청주공항 2744m, 광주공항 2835m, 사천공항 2744m, 군산공항 2745m, 원주공항 2743m, 포항경주공항 2133m다,
이들 공항은 활주로를 민간 항공기와 군용기가 함께 사용하고 있다. 공중충돌 방지를 위해 군과 민간이 교육을 실시하고 장비를 설치해 운용 중이다.
대표적인 장비가 TCAS인데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에 따라서 5700kg 이상의 항공기나 객석 수 19석 이상의 모든 민간 항공기 장착이 의무화하고 있다. 일정 고도 아래서 항공기 위치, 고도 등을 감지해 충돌위험이 있을 경우 조종사에게 경고를 하고, 회피기동을 제시한다.
공중충돌 위험이 있을 시 조종사는 TCAS의 지시를 따르도록 권고 돼 있다. 다만 전투기, 헬기 등 군용 항공기는 민간 항공기가 아니기 때문에 TCAS 장착이 안 돼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TCAS가 없는 군용 항공기와 TCAS가 장착된 민간 항공기는 공항 인근 등에서 해당 관제탑의 안내와 레이더에 따라 충돌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국내서 민간 항공기와 군용 항공기 간 충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국 사고를 계기로 충돌 방지를 위한 안전 점검에 신경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과 교수는 "TCAS도 1000피트(약 304.8m) 이하에서는 작동이 되지 않아 해당 공항에서의 관제가 중요하다"며 "국내 민군겸용 공항에서는 민항기와 군용기 충돌 방지를 위해 레이더 등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사고를 보면 군용 헬기 조종사의 판단 미스가 큰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민군 항공기의 안전 문제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형삼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 교수는 "이번 사고는 공항 근처에서 헬기 조종사가 관제사의 지시를 위반했거나 착각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관제 시스템의 오류보다는 조종 문제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 민간 항공기끼리는 TCAS 시스템으로 서로 충돌을 방지하고 있고, 민간 항공기와 군용 항공기는 적절한 관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며 "군 항공기와 민간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고도도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민군겸용 공항의 민간 항공기 전용 활주로 증설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있지만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청주공항은 이용객이 늘고 있지만 하루에 10편 이내 정도"라며 "지금도 거의 북쪽은 민간 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이상 민군겸용 공항에서 활주로 신설은 예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도 "현재 김해와 대구는 각각 가덕도와 TK신공항이 추진되고 있다"며 "수요가 많은 공항은 민항기 전용 공항으로 건설되고 있고, 민항기 전용 활주로 건설에 많은 예산이 들기에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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