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하면 4000만원 드려요"…건설업계 미분양 털기 안간힘

계약금 낮춰주고 축하금·골드바까지
“당장 매수 대기자 유인 쉽지 않아”

서울 시내의 한 미분양 아파트 앞 공인중개사 사무실 앞에 분양 관련 게시물이 놓여있다. 2024.4.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건설업계가 미분양 털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계약 축하금으로 수천만원을 지급하는 한편 계약자를 대상으로 골드바·명품 가방 등을 추첨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일부 회사는 계약금을 10%에서 5%로 낮춰 매수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였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1만 8644가구로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준공후 미분양은 일반적으로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분양이 안 돼 남은 악성 미분양이다. 해당 물건이 크게 늘 경우 시장 침체나 공급 과잉 등의 신호로 평가한다.

실제 주인을 찾지 못해 수차례 공급된 곳도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 스카이 아파트는 17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서대문구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는 8번째 임의 공급을 실시했다.

서울 시내의 한 미분양 아파트 분양 사무소 앞에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4.4.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일부 단지에서는 미분양 해소를 목적으로 혜택을 내걸고 있다. 대구 남구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는 계약자에게 선착순으로 축하금과 순금 10돈을 준다. 2022년 분양 당시에는 계약금으로 분양가의 10%를 요구했으나 이를 5%로 낮췄다.

서울 은평구 '빌리브 에이센트'는 계약금 5%, 계약 축하금 4000만 원(선착순), 가전·가구 풀 옵션 무상 제공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서울 강남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 대기자의 자금 여력이 좋지 않아 신중하게 거래에 나서고 있다"며 "서울조차 입지나 가격에 따라 청약 경쟁률이 갈리고 있는데, 지방은 더 심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일부 단지에서 미분양 해소를 위해 페이백 형식의 계약 축하금부터 샤넬가방·골드바까지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있다"며 "당장 이 같은 혜택이 매수 대기자를 유인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파트를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2.2로, 전주(92.3)보다 0.1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6에서 96.4로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선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은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 단지에서 상승세를 보인다"며 "그 외 단지에서는 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매수 심리 위축되고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