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도급 수주서 투자개발로…KIND 글로벌 개발사 육성
[해외건설 판이 바뀐다]⑨ 김석기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美 정부 제안 인프라 10건 공개…G2G·금융 결합 승부수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해외건설이 투자개발형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습니다. 전통 인프라에서 첨단 인프라와 신교통으로 시장이 옮겨가는 만큼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김석기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해외건설 시장의 변화를 이같이 진단했다. 도로·교량을 짓고 넘기는 단순 도급에서 벗어나 사업 발굴과 금융, 시공, 운영까지 참여하는 투자개발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국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신교통, 고부가가치 플랜트 등 첨단 인프라를 새로운 성장 분야로 꼽았다. 진출 시장도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 등 선진시장으로 넓힌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부 간 협력(G2G)을 활용해 수주 기회를 발굴한다. 미국 정부가 제안한 에너지 인프라와 비료 플랜트 등 약 10건의 사업을 국내 기업에 공개하고, 참여 의향이 확인되면 금융기관·공공기관 등을 연결해 '팀코리아'를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김 국장은 제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을 토대로 해외건설 산업의 질적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도로·교량 중심의 전통적인 도급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통적인 토목 구조물 중심에서 신기술과 융복합된 첨단 인프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기술 자립에 성공한 고속철도와 공항 등을 패키지형 상품으로 해외에 확대 진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이 새로운 해외건설 먹거리로 지목한 분야는 장대교량과 지하공간 활용기술, AI 데이터센터, 고부가가치 플랜트 등이다. 공항·항만과 도시철도·경전철(LRT)처럼 설계·시공을 넘어 시스템 전반을 수출할 수 있는 사업도 핵심 시장으로 꼽았다.
우리 기업이 축적한 기술을 해외 수주로 연결한 사례도 있다. 이순신대교 건설 과정에서 확보한 초장대교량 기술은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수주의 기반이 됐다.
김 국장은 건설과 다른 산업의 기술을 결합한 융복합 사업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통신과 선박, 원자로 등의 기술을 건설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2023년 국내 기업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건축물 모니터링·하천 범람 시뮬레이션용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사업은 건설기술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대표 사례다.
김 국장이 투자개발형 전환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성이다. 일반 도급사업의 수익률은 3~5%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금융을 수반한 투자개발사업은 10%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사업 초기부터 기획·설계·조달·시공·운영·관리 전 과정에 참여하면 확보할 수 있는 부가가치도 커진다.
글로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2020년 11조 7079억 달러에서 2025년 15조 2997억 달러로 커졌다. 같은 기간 대출과 채권을 합산한 세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3278억 달러에서 7219억 달러로 약 2.2배 확대됐다.
국내 해외건설 수주액도 2020년 351억 달러에서 2025년 473억 달러로 늘었다. 김 국장은 앞으로 단순히 수주액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기획과 투자, 운영에서도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경쟁력은 재원을 직접 조달하는 데만 있지 않다"며 "각국 정부와 공공기관, 다자개발은행(MDB), 글로벌 디벨로퍼의 자금을 연결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량까지 포함한다"고 말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연안 약 74㎞ 해역에서 추진되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FLNG) 해양플랜트 사업은 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대표 사례다.
연간 약 440만 톤의 LNG를 생산하는 총사업비 약 7조 원 규모 사업으로, 국토부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기후부 녹색펀드,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약 2000억 원을 투자했다. 삼성중공업은 약 4조 원 규모의 설계·조달·시공(EPC)을 수주했다.
국토부는 이 사업을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업한 팀코리아형 수주 사례로 보고 있다. 국내 제작·건조·조립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연쇄 수주와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해외 인프라 확보를 통한 공급망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 국장이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미국이다. 중동 중심이던 해외건설 시장이 동남아시아의 투자개발사업을 거쳐 미국 등 선진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해외건설 수주 여건이 위축된 측면도 있었다. 김 국장은 중동 재건 수요와 미국 등 신규 시장 진출을 토대로 하반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자동차·반도체 기업의 미국 진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현지 시공 경험과 실적을 쌓았다. 이를 토대로 현지 기업과 합작 투자하거나 공동 수주에 나설 수 있는 기반도 넓어지고 있다.
김 국장은 "중동에서 동남아를 거쳐 미국 중심의 선진시장으로 진출 축이 확대되고 있다"며 "현지 기업과 협력해 투자와 수주를 함께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27일 서울에서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건설사와 종합상사 등 관계자 약 40명을 대상으로 '미국 정부 소개 건설사업 설명회'를 연다.
테네시주 합성흑연 플랜트, 미시간주 염화칼륨 플랜트, 캘리포니아주 윌로우 락 에너지저장시설, 네브래스카주 요소 플랜트, 워싱턴주 암모니아 플랜트 등 미국 정부가 소개한 약 10건의 사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타진한다.
공개 사업 가운데 미시간주 염화칼륨 플랜트는 사업비 19억 달러, 캘리포니아주 에너지저장시설은 20억 달러, 워싱턴주 암모니아 플랜트는 15억 달러 규모다. 이들 사업은 사업 기간이 길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투자개발형 민관협력사업(PPP)으로 추진된다.
금융 협력 방식도 기업 간 거래(B2B) 중심에서 벗어나 G2G를 통해 사업 기반을 먼저 마련하고 정책금융과 민간 자본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김 국장은 "정부 간 외교활동을 통해 발굴한 협력사업을 우리 기업에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 수주지원단 파견 성과를 가시화하는 핵심"이라며 "전략적 금융지원을 결합해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KIND는 팀코리아의 투자개발 역량을 뒷받침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김 국장은 KIND를 단순 지원기관에서 사업 발굴과 투자, 자금 조달, 이해관계 조정까지 수행하는 글로벌 디벨로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KIND와 국내 기업이 공동 투자하는 기업매칭펀드, 해외 국부펀드·연기금과 조성하는 국가별 전략펀드, 글로벌 디벨로퍼와 함께 투자하는 글로벌 협력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선진국에서는 글로벌 디벨로퍼와 협업하고 사업 위험이 큰 개발도상국에서는 MDB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도 추진한다. KIND에는 MDB 전담팀을 신설해 입찰정보 제공과 제안서 작성 등을 지원한다.
해외건설 산업의 체질 변화에 맞춰 청년과 전문인력의 진출 기반도 넓힌다. 국토부는 해외건설·플랜트 마이스터고와 PPP 특성화대에 더해 인프라·금융 전문대학원 신설을 추진한다. BIM과 디지털 트윈 등 건설 융합기술을 갖춘 콘테크 기업에는 해외 기술인증 비용 등을 지원한다.
김 국장은 "해외건설은 더 이상 단순 시공만 하는 산업이 아니다"며 "기획과 금융, 운영까지 참여하는 새 시장이 열리고 있는 만큼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과 청년 전문인력의 진출 기회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기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1973년생 △강릉고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시라큐스대 행정대학원 석사 △행시 43회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실 행정관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문화홍보관 겸 한국문화원장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지원과장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정책과장 △국토교통부 혁신행정담당관 △국토교통부 감사담당관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과장 △국토교통부 감사관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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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해외건설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수주가 급감하면서 특정 지역에 의존한 해외사업 구조의 한계도 드러났다. 반면 중동 재건사업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시장 다변화와 원전·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뉴스1은 달라지는 해외건설 시장의 판세와 K-건설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