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정비사업 23.4만가구 뜯어보니…서울 10.9만·경기 10.2만

지역별 추산치 첫 확인…서울·경기에 전체 물량 90.2% 집중
확정 물량 아닌 단계별 착공 전환 예상치…사업성·금융이 성패

사진은 롯데월드타워전망대에서 본 잠실 주공5단지. ⓒ 뉴스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2030년까지 정상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물량 23만 4000가구 가운데 서울이 10만 9000가구, 경기가 10만 2000가구인 것으로 뉴스1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인천은 2만 3000가구다. 정부가 대책 발표 당시 공개하지 않았던 지역별 추산치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과 경기 물량만 전체의 90.2%에 달한다. 다만 23만 4000가구는 개별 사업장과 착공 시점을 확정한 물량이 아니라 현재 추진 중인 정비사업의 단계별 과거 착공 전환율을 토대로 산출한 예상치다. 정부가 동의율 완화와 금융지원 등을 통해 이 물량을 얼마나 실제 착공으로 연결하느냐가 이번 공급대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서울 10.9만·경기 10.2만…정비사업 물량 90% 집중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정상 착공 지원 물량은 총 23만 4000가구다.

정부는 대책 발표 당시 수도권 전체 물량만 공개했다. 국토부가 지역별로 산출한 결과 서울 10만 9000가구, 경기 10만 2000가구, 인천 2만 3000가구로 추산됐다.

서울이 전체의 46.6%로 가장 많고 경기 43.6%, 인천 9.8%다.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주요 공급 수단으로 꼽히는 가운데 정부의 착공 지원 물량 역시 서울과 경기에 집중된 셈이다.

은마아파트. 2026.7.2 ⓒ 뉴스1 구윤성 기자
23.4만가구 어떻게 나왔나…단계별 착공 전환율 적용

23만 4000가구는 개별 사업장별 착공 계획을 합산한 확정 물량은 아니다. 국토부는 현재 추진 중인 민간 정비사업을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단계별로 나눈 뒤 과거 일정 기간 안에 실제 착공으로 넘어간 비율을 적용해 2030년까지의 예상 물량을 산출했다.

착공에 가까운 관리처분인가 단계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전환율을, 정비구역 지정이나 조합설립 등 초기 단계에는 낮은 전환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정비사업은 공공사업처럼 특정 사업장의 착공 시점을 확정해 발표하기 어렵다"며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의 과거 단계별 진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착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을 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예상 물량을 실제 착공으로 끌어내기 위해 정비사업 초기부터 이주 단계까지 사업 지연 요인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현행 75%에서 70%로 낮추고 공사비와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할 기구를 마련한다.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 상향 등 사업성 개선책도 추진한다.

이주비 담보가치를 산정할 때는 종전자산과 종후자산 평가액 가운데 큰 금액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주비·분양 중도금·잔금대출 등 공급 연계 대출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위축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조민우 국토부 주택정비정책과장은 "통계를 보면 착공 건수는 줄어드는데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건수는 늘고 있다"며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사업들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지연 방지와 갈등 해소에 인센티브를 주고, 이주비 대출 등 금융 지원도 강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2031년까지 정비사업 31만가구 착공 목표와도 산정 방식과 대상에서 차이가 있다. 서울시는 253개 정비사업 구역을 대상으로 착공 목표를 관리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 뉴스1 이재명 기자
"동의율만으론 부족"…23.4만가구 실제 착공이 관건

정부가 초기 진입 문턱을 낮추고 금융지원을 확대하더라도 예상 물량이 그대로 착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조합원 추가분담금, 이주비와 추가 이주비 조달, 인허가 및 주민 갈등 등이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꼽힌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신규 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정비사업 활성화는 가장 현실적인 공급 수단 중 하나"라면서도 "동의율 완화는 사업 진입 문턱을 낮추는 조치일 뿐, 실제 착공까지 연결하려면 사업성 개선과 이주비 금융 지원이 함께 구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완화하는 것은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꾸준히 요구돼 온 사안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지금 시장 분위기에서는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23만 4000가구는 현재 사업 진행 상황과 과거 전환율을 토대로 산출한 만큼 정책 지원을 전제로 한 '착공 가능 물량'에 가깝다. 특히 물량의 90% 이상이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얼마나 높이고 공사비·이주비·주민 갈등 등 현장의 병목을 얼마나 빠르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실제 착공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