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열흘 만에 서울 매물 3600건 증발…집값 압력 커진다

강남3구·한강벨트 중심 매물 잠김…비강남 인기지역까지 확산
"차라리 사자" 매수 전환 움직임…매매·전세 동반 상승 우려

청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앞에 양도세 등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뉴스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요건까지 완화하며 매물 출회를 유도했지만, 강남3구와 한강벨트는 물론 비강남 인기 지역까지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양도세 중과 후 서울 아파트 매물 3600건 '증발'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 이후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 6914건에서 6만 3227건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물량만 3600건이 넘는다. 1000가구 안팎 대단지 아파트 3~4개 단지가 통째로 시장에서 사라진 것과 맞먹는 규모다. 감소율은 5.6%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요건을 완화하며 공급 확대를 유도했지만, 양도세 중과 재개 이후에는 신규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다시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핵심 지역일수록 매물 감소세는 더 두드러졌다. 서초구는 같은 기간 8365건에서 7402건으로 11.6% 줄었다. 강남구도 9776건에서 9321건으로 4.7% 감소했고, 송파구는 4984건에서 4794건으로 3.9% 줄었다.

재건축 기대감과 학군 수요에 매물 감소까지 겹치며 강남3구의 가격 지지력은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한강벨트도 비슷한 흐름이다. 마포구 매물 감소율은 7.7%에 달했다. 용산은 4.8%, 성동은 2.8%씩 줄었다. 비강남 인기 지역에서도 매물이 빠르게 줄면서 수요자는 선택지가 줄고, 매도자는 호가를 높이기 쉬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2026.5.4 ⓒ 뉴스1 안은나 기자
공급 줄자 서울 집값 상승폭 확대…비강남 지역도 '들썩'

공급 축소와 동시에 가격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5월 3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1% 올라 3주 연속 상승 폭을 키웠다.

강남3구는 재건축·정비사업 기대감을 바탕으로 상승 폭을 확대했고, 성북·강북·강서 등 비강남권 인기 지역도 0.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핵심지에서 밀려난 수요와 갈아타기 수요가 중하위 지역으로 이동하며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경기 남부와 반도체 산업벨트 배후 주거지도 강세다. 용인 수지(0.38%), 화성 동탄(0.46%), 수원 영통(0.35%), 성남 일대(0.47%) 등은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와 광역 교통망, 택지 개발 기대감이 맞물리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기 지역에서 매물이 줄어드는 가운데 실수요와 갈아타기 수요가 비규제 인근 지역으로까지 번지는 흐름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6.5.14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서울 전셋값 0.29%·광명 0.72% 급등…임차인도 매수로 유턴

전세시장도 같은 방향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9%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고, 경기 광명 전셋값은 0.72% 급등했다.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임차인의 매수 전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매매와 전세가 동시에 오르는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강서구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물건이 워낙 적다 보니 세입자들도 '차라리 이번에 작은 평수라도 사자'는 분위기가 최근 한 달 새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재개가 단기적으로는 조세 형평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매물 잠김과 가격 왜곡이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가 다시 시작된 이상 매물 잠김은 불가피하다"며 "전세시장까지 불안해질 경우 집값 상승 압력이 정부 의도보다 훨씬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