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전월세난…오피스텔 주목해야 하는 이유 [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서울 전역과 경기도 남부 12개 지역에 토지거래허가제도(토허제) 시행되고 오피스텔과 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이 상승세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주택가.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최근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주거 선호도 조사를 다룬 논문을 읽고 적잖이 놀랐다. 오피스텔을 바라보는 인식이 서로 극명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사 때 가장 선호하는 주거 형태가 아파트라는 점은 두 세대 모두 같았다.

그러나 '두 번째 선택'에서는 생각이 달랐다. MZ세대는 아파트 다음으로 오피스텔(20.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기성세대는 오피스텔을 선택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대신 단독주택을 2순위(11.5%)로 꼽았다. MZ세대의 단독주택 선택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아파트 이후의 선택 유형만 살펴봐도 '하우스 리터러시'(House Literacy·주택 문해력)가 얼마나 다른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도심 아파트 키즈'로 성장한 MZ세대는 오피스텔을 아파트 대체재로 인식한다. 아파트보다는 부족하지만, 실거주에는 충분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히 업무지와 가까운 직주 근접성, 역세권 등이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최근 오피스텔은 바닥난방 설치, 발코니 허용, 피트니스 센터 같은 커뮤니티 시설 등 주거 기능을 강화하며 아파트에 근접한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121만여 실의 오피스텔 가운데 70%가 수도권(서울은 30%)에 있다. 오피스텔은 원래 업무용으로 지어졌지만 지금 70%는 주거용으로 이용된다. 주택시장 핵심 수요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수요를 고려하면 정책도 이들의 니즈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6년에는 주택 전셋값 상승률(4%)이 매매가격 상승률(0.8%)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각종 매매 수요 억제책에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세시장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파트는 부족하다고 바로 지을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인허가에서 준공까지 5~10년이 걸린다.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은 공사 기간이 아파트의 절반 이하로 짧다. 아파트가 '정식 코스형 주택'이라면, 오피스텔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형 주택'이다.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으로 오피스텔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공급이다. 오피스텔도 아파트 못지않게 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3만 9404실로 5년 평균(6만 4212실)보다 38.6% 줄었다.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 내년부터 향후 4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은 6938실 수준으로 올해의 17.6%에 그친다. 최종 수치가 다소 조정될 수 있겠지만 공급 절벽의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전망이다.

요즘 오피스텔은 서울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1년 전보다 2.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셋값도 2.0% 올랐다. 아파트 규제가 심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오피스텔로 수요가 이동한 영향으로 보인다.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10월 기준 연 4.82%로 지난해 같은 달(4.68%)보다 소폭 상승했다.

분양시장의 열기 역시 눈에 띈다. 최근 평촌에서 분양한 한 오피스텔은 평균 청약경쟁률 11.5대 1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파격적인 대책이 없는 한 공급이 눈에 띄게 늘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 지역 오피스텔 공급은 2023년 이후 매년 2000실 이하에 머물고 있다. 건축·인건비 상승, 자금 경색 등으로 개발업체들이 오피스텔 짓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오피스텔을 포함한 비(非)아파트 건설의 금융 부담을 낮추기 위해 2027년까지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수도권 기준 6억 원 이하, 전용 60㎡ 이하 오피스텔의 주택 수 제외 조치도 올해 말까지 유지된다.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이 조치는 연장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오피스텔의 규제 완화가 시장 불안을 유발할 가능성은 아파트보다 훨씬 작다.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책을 시행하더라도 실보다 득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취득세 인하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오피스텔 취득세는 4.6%로 주택(1.1~3.5%)에 비해 너무 높다. 오피스텔을 주거 대안으로 활용하려면 세제·금융 규정을 상품 특성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동시에 절차 간소화와 공급 기반 정비를 통해 아파트 편식 소비를 완화하는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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