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강뷰? MZ세대가 꿈꾸는 집은 어떻게 달라졌나[박원갑의 집과삶]
세대간 공간욕망을 드러내는 '집'…2층 양옥집에서 한강뷰 아파트까지
(서울=뉴스1)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집은 그 세대의 공간 욕망을 드러낸다. 하길종 감독의 1970년대 히트작 '바보들의 행진(1975)'을 보면 당시 젊은이들의 주거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느 날 주인공인 병태의 친구 영철은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여대생으로부터 “돈을 벌면 뭘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영철은 “빨간 지붕 양옥집을 사겠다”고 답한다. “정원에는 장미도 심고, 자가용도 사겠다”고 미래의 포부를 밝힌다.
1975년 당시 20대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단독주택을 갖는 것이었다. 전국의 아파트가 10만 채가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197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는 9만6472채였다. 여의도나 압구정, 잠실 아파트 개발도 끝나지 않은 시절이었다.
아파트는 일반적인 주거환경이 아니었고, 그곳에 살아본 사람도 많지 않았다. 당연히 아파트가 젊은 층의 로망이 되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답답한 닭장이나 성냥갑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젊은 층이 아파트보다 단독주택 갖기를 꿈꾸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2층 양옥집은 당시 중산층의 상징이었으니까. 영화 끝 무렵 병태가 군에 입대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미루어 짐작해볼 때 주인공은 나이가 많아 봐야 20대 초반일 것이다. 그사이 세월이 50년 가까이 흘렀으니 당시 대학생들은 이제 칠순을 바라보게 되었다. 요즘 20대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도 “주식이나 코인에 재투자하거나 작은 아파트라도 장만하겠다”고 대답하지 않을까.
또 다른 영화 얘기를 해보자. 명장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은 영화사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 작품이다. 영화에선 수직 공간을 통해 상징적으로 주거계급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거 공간은 박 사장 가족이 사는 대저택의 지상, 기택 가족의 반지하, 문광 남편이 몰래 기생하는 지하로 3등분 된다. ‘지상-반지하-지하’는 주거의 위계질서를 상징한다. ‘상류층-서민층-극빈층’이 각각 사는 공간이다.
지하에 사는 사람은 반지하로 올라가고 싶어 하고, 반지하에 사는 사람은 지상으로 탈출을 꿈꾼다. 같은 자연재해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가령 박사장 가족이 인식하는 폭우는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진공청소기의 역할을 해내지만, 기택 가족에게는 보금자리를 물에 잠기게 하는 재난의 원인이 된다. 같은 폭우를 놓고도 상반된 관점으로 주거의 양극화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다. X세대인 봉준호 감독은 1969년생으로 영화 출품 당시 50세였다. 봉 감독은 정원이 딸린 대저택을 부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주거 공간, 즉 주거 생태계의 최정상으로 설정한 것 같다. 그 세대의 집에 대한 인식으로선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반지하와 대비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저택은 누구나 살고 싶은 이상향적인 공간일까. 가령 2030세대인 MZ세대가 영화를 찍었다면 주거계급을 윗세대처럼 설정했을까. 아마도 정원이 딸린 대저택이 아니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펜트하우스를 설정했을 것이다.
요즘 2030세대의 코인 투자 세계에선 ‘인생은 한강 물, 아니면 한강 뷰’라는 말이 있다. 투자해서 망하면 한강 물에 뛰어들고, 성공하면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를 갖는다는 뜻이다. 2030세대의 한탕주의식 투자 관념을 보여주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필자는 한강 뷰를 더 주목하고 싶다. 2030세대의 주거 로망이 한강 조망권 아파트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강 변 아파트 가운데서도 꼭대기 층의 펜트하우스가 MZ세대 주거 욕망의 정점일 것이다.
요즘 20대 남자의 꿈 3가지로 슈퍼카 갖기, 해외여행 자주 가기, 한강 뷰 아파트 갖기라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요즘 세대는 부동산과 아파트를 동일시하고 주택 가운데 아파트만 편식하는 세대니 오죽하랴. 두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주거 공간에 대한 인식체계도 세대 차이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세상이 많이 달라진 만큼 선호하는 집도 달라졌다. 집은 그 세대의 공간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한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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