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80% 가동 못 하면 손실"…'석탄화력발전소' 짓는 건설사들 '고심'
MB정부 블랙아웃 대책에 지은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 준공 전 '시끌'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윤석열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목표를 잡았지만 10여 년 전 추진한 석탄화력발전소가 이제서야 가동을 앞둬 골칫거리로 전락할 처지다. 그사이 기후변화 대응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 과제로 떠올라 '탈(脫)석탄' 움직임이 가속했기 때문이다.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이 시공 후 운영단 지분 29%를 보유한 강릉안인화력발전소는 작년 말 1호기가 준공돼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2호기도 현재 공정률 98%로, 이르면 내달 완공된다.
포스코이앤씨와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시공한 삼척화력발전소도 현재 공정률 85% 안팎으로, 1호기가 올 연말, 2호기는 내년 초 각각 준공 예정이다. 포스코와 두산은 삼척화력의 운영단인 삼척블루파워 지분을 각 5%, 9%씩 보유하고 있다.
두 곳 모두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로, 국내외 환경단체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발생한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후속대책으로 건설이 추진됐는데, 각종 인허가부터 시공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준공 시점에서 미·유럽을 필두로 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추세와 어긋난 부분이 있어서다.
지난달 30~31일 환경단체 26곳 연대 '석탄을 넘어서'가 삼척블루파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 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 단체 중엔 유럽 환경기관의 펀딩으로 운영되는 기구도 있다.
단체는 "2024년 4월 완공돼 가동을 시작하면 연간 온실가스 약 1300만 톤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가 전체 배출량 1.8%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라며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준수하고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지만, 여전히 공사비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실 환경 이슈는 기업에도 예민한 문제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의 2배 수준인 42.5%로 늘리기로 하는 등 그간 주도해온 탄소저감 어젠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기후변화 대응을 취임 초부터 주력 정책으로 펼치고 있다. 미·유럽의 탄소국경세,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과 EU가 '맞불'로 내놓은 탄소중립산업법 등 배출저감은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기업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특히 2021년 전후 '환경·사회적 책임·거버넌스(ESG) 경영' 책임도 대두됐다.
삼성물산 역시 2020년 10월 이사회에서 탈석탄 방침을 결정하고, 당시 무렵 수주한 베트남 붕앙2와 국내 강릉안인을 끝으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베트남 붕앙3 발전용량 추가 사업도 이듬해 베트남 정부가 중단 결정하는 식으로 철회됐다. 베트남 정부도 '2050 넷제로' 목표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를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국내 신규 화력발전소 역시 오래전부터 환경단체의 반발이 계속됐지만, 정권 교체기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경중을 가리는 데 급급해지면서 관련 논의가 유야무야된 측면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기존 핵심 사업인 원전 부문을 축소하면서 석탄화력 중단이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는 변도 업계에서는 나온다. 해외도 아직 전력부족 문제로 값싼 전기 생산이 더 시급한 국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회사가 친환경 사업을 하려고 해도 공급사 혼자 노력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 시장이 열리고 수요가 있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해외사업도 그 나라에 시장이 있으면 진입하고 해당 국가 환경규제에 맞게 공급하다 보니 사업을 마냥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도 "요즘엔 해외시장도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fade out·서서히 소멸) 수순 같긴 하다"고 말했다.
이대로 발전소를 준공해 가동해도 투자 수익을 회수하려면 통상 30년인 전 기간 가동률이 80%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계산이다. 탈황설비 등 배출저감 시설로 보완하더라도 아직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온실가스배출계획과 양립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미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도 57기(2022년 7월 기준)가 더 있다.
이에 환경단체 일각에서조차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국가적 필요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정부가 퇴로를 열어주는 게 맞다"는 취지의 조언도 나온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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