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불법행위 막아라…"'면허정지' 안전수칙 개정해야 효과"
건설노조 준법투쟁 선언에 정부 '면허정지' 행정 처분으로 대응
전문가들 "안전수칙 개정 없이는 쉽지 않을 듯"
-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강경 대응에 건설노조가 장시간·위험작업을 거부하겠다며 일종의 '준법투쟁'을 선언했다. 정부는 이에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으로 응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행정처분이 준법투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만큼의 효과는 발휘하기 어렵다고 예측하면서 안전수칙 개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이 같은 조치가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허정지에 '준법투쟁' 예고…정부·건설노조 강대강 대치
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기계 조종사의 국가기술자격 행정처분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건설기계를 활용한 부당금품 수수·공사방해·태업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건설기계 조종사는 최대 1년간 면허가 정지된다. 이는 지난달 2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의 일환이다.
국토부는 조종사의 불법·부당행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행정처분에 착수할 수 있도록 유형별 처분 근거 등을 가이드라인에 포함했다. 조종사는 위반 횟수 등에 따라 1년까지 면허가 정지될 수 있다.
면허정지 대상이 되는 불법·부당행위 유형은 크게 △월례비 등 부당한 금품수수 △건설기계를 사용한 현장 점거 등 공사방해 △부당한 태업 등 성실의무 위반 등 총 3가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법원 판결이 있는 경우에만 행정처분이 이뤄져 왔는데 이제부터는 법원 판결 없이도 행정처분을 하려고 하는 상황이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자 건설노조는 지난달 27일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작업지시와 안전수칙에 위배되는 작업을 지난 2일부터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세종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끝까지 간다"며 "태업을 몽니와 압박 수단으로 삼는다면 돌아갈 것은 면허정지"라고 경고했다.
◇건설노조 '준법투쟁' 막을 수 있을까…전문가들 "쉽지 않을 것"
이처럼 정부와 건설노조간 대치가 강대강으로 치닫자 과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총파업) 당시 업무개시명령과 같이 행정처분이 집단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어나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을 통해 운송 방해를 추적해 사법 처리하자 화물연대는 파업을 철회했다.
전문가들은 행정처분에 한계가 있어 '준법투쟁'을 차단할 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광훈 노무법인 신영 노무사는 "태업을 성실 의무 위반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조항을 다소간 폭넓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며 "물론 사례별로 다르지만 형식적으로만 보면 주 52시간제라든지 산업 안전 조치를 위반한 지시를 거부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근무 시간 내에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시간을 끄는 식으로 하는 일에 대해서는 법원에서도 다퉈볼 만한 여지가 있다"면서도 "형식적으로는 법을 지킨다는 것이라 태업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린다 해도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준법투쟁'을 할 수 없도록 안전수칙을 개정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지만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 노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를 볼모로 삼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규정 변경을 예고했으나 어떻게 변화되는지는 아직 나오지 않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현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법대로 했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안전수칙이 지나치게 엄격해서 고친다면 모를까 이 같은 사유로 안전지침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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