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대책] 강제성 없는 '표준운임제' 도입…'번호판 장사' 지입사 퇴출(종합)

국토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발표
차주 처우 개선, 유류비 변동 운임 반영토록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화물노동자 업무개시명령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1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의 계기가 된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표준운임제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한 표준운임은 운수사와 차주 간의 계약에서만 강제되고, 화주가 운수사에 지급하는 의무는 폐지된다. 또 운송기능은 수행하지 않고 지입료 등만 수취하는 지입전문회사는 시장에서 퇴출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날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했다.

앞서 국토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을 계기로 지난해 12월부터 화주와 운수사, 차주(화물연대 포함) 등 이해관계자 및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물류산업 발전협의체를 운영하며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공청회 및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화물 운송산업 체질 개선 △화물차 안전운임제 근본적 개선 △화물차주 처우 개선 △화물차 교통안전 실질적 강화 등에 방점을 찍었다.

◇ 안전운임제→표준운임제로…강제성 없앴다

먼저 정부는 기존 제도인 안전운임제를 전면 개편한 표준운임제를 도입한다.

안전운임제란 화물운송 근로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차주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컨테이너·시멘트부문에 한정돼 시행됐으며 일몰제에 따라 지난해 12월31일 폐지 절차를 밟았다.

이와 달리 표준운임제는 화주와 운수사간의 계약은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화주의 운임 지급 의무 및 처벌 삭제)을 통해 관리되고 운수사와 차주 간 운임계약만 강제한다는 점이 다르다.

화주의 경우 정부가 정한 표준운임과는 무관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정부는 표준운임대상 품목의 차주 소득수준이 일정 기준 이상 도달하면 지원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해 표준운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표준운임제 적용 대상은 표준화, 규격화 등 기술적 가능성을 고려해 기존 안전운임제와 같게 시멘트·컨테이너 품목에 한정해 3년 동안 운영(2025년12월31일)하고, 제도 운용 결과를 분석 후 지속(일몰)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공정한 운임제 운영체계 마련하기 위해 의사결정구조도 개편된다. 운임위원회 구성을 기존 공익4명, 화주3명, 운수사 3명, 차주 3명에서 공익 6명, 화주 3명, 운수사 2명, 차주 2명으로 변경한다.

이와 함께 화물연대 조합비, 휴대전화 요금, 세차비 등 원가 구성 항목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만큼 원가 구성 항목을 사전에 규정한다. 운임위원회에서는 항목별 원가산정 논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세부 원가 검토를 하는 전문위원회는 이해관계자가 추천한 전문가(회계·세무 전문가 등)로 구성해 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표준운임 지급 위반 시 제재 규정은 그간 위반·경중횟수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처분하는 과태료 부과방식에서 우선 시정명령 후에 과태료를 점증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으로 개선한다.

(국토부 제공)

◇ '유류비 변동' 운임 조정 사항 포함

화물차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화물운임-유가 연동제'와 표준계약서도 도입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나 장기 운송계약 시 유류비 변동에 따른 운임 조정 사항을 내용에 포함토록 함에 따라 유류비가 운임에 반영되도록 한다.

다단계 거래, 정보 비대칭 등에 따른 화물차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운수사가 화물차주에게 화주 운임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거래 이력을 투명화한다. 현재 자유업으로 시행 중인 화물정보망(화물중개플랫폼)도 등록제로 개편을 추진해 다단계 불법 재주선이나 과도한 '운임 후려치기' 등을 방지한다.

휴게시설 조성 및 복지사업 등도 지원된다. 화물차 휴게소·차고지에 대한 설치기준을 완화해 투자를 유도하고, 고속도로·국도에 화물차 졸음쉼터도 설계에 반영한다.

만약 화물차주가 차량을 구입하는 경우 보증을 통해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건강검진비도 지원(5000명·45만원)하는 등 수요맞춤형 복지사업(화물복지재단)도 확대한다.

◇ 지입전문회사 '퇴출'…운송 실적 없으면 감차

운송기능은 수행하지 않고 지입료 등만 수취하는 지입전문회사는 퇴출된다. 운송회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일감을 받지 못한 차주에게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내주고, 물량을 제공하지 않은 운송사에 대해서는 감차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또 모든 운송사가 일감을 제공하고 운송실적을 신고하도록 해 관리를 강화하고, 운송사 신고 이외에도 화물차주도 실적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 교차검증에 나선다. 실적이 없거나 거의 없는 운송사에 대한 처분 정도도 기존 사업정지에서 감차로 강화한다.

지입차량에 대한 소유권을 보호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현재 지입계약시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하던 것을 차량의 실소유자인 지입차주 명의로 등록하도록 개선하고, 이를 위반하는 운송사에 대해서는 감차 처분을 내린다.

운송사의 부당행위도 차단한다. 앞으로는 번호판 사용료 수취와 같은 부당금전 요구행위는 전면 금지하고, 화물차주에 대한 운송사의 부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불공정 계약사례를 구체화해 '계약무효'는 물론 '행정처분(감차 등)'토록 한다.

공정계약 신고센터를 설치해 이 같은 불법 위수탁 계약, 부당 운임 지급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조사도 진행한다.

운송사의 직영 확대를 유도하고, 탄력적인 공급을 제한하는 수급조절제 등 각종 공급 규제도 완화된다. 운송사가 차량 및 운전자를 직접 관리하는 직영차량은 차종과 관계 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하고, 직영 비율이 높은 운송사에는 물류단지 우선 입주 등 다양한 혜택(인센티브)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대·폐차 시 차종·톤급별 교체범위 제한을 완화해 시장 수요변화에 맞는 차량공급을 유도하고, 시행 20년차를 맞은 수급조절제도 현재 화물차 수급상황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검토한다.

(국토부 제공)

◇ 운행기록장치 제출 의무화…불법개조 5년 이하 징역

화물차의 교통안전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위험물 운송차량과 노선버스 등에 적용되는 정기적 운행기록장치(DTG) 자료 제출 의무를 대형 화물차(대형 트랙터, 25톤 이상 화물차)에도 부여해 화물차주의 휴식시간(2시간 운행/15분 휴식) 준수여부, 운전습관 등을 점검한다.

점검 결과를 토대로 휴식시간을 미준수하는 차주에게 과태료(50만원)를 처분하고, 급가속·급정거 등 위험 운전자에 대해서는 안전운전 컨설팅도 추진한다.

판스프링 등 화물고정장치에 대한 이탈방지를 의무화하고, 불법 개조하는 경우 사업허가·자격 취소 근거와 함께 중대사고(상해 또는 사망)시 형사처벌한다.

그동안은 적재도구 이탈 및 불법개조에 대한 처벌은 없었지만, 앞으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과적에 대한 제제도 화주·운수사까지 확대된다. 기존에는 화물차주 위주였으나 화주·운수사 책임이 명확한 경우 차주 책임을 경감한다. 만약 차주에게 과적 요구 또는 화물 무게·부피 등 거짓 통보 시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교통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화물 운송시장에 대한 관리·감독권이 대부분 지자체에 위임돼 있어 일관적이고 통일된 집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로, 국토부의 권한을 확대한다.

국토부 산하 국토관리청이 화물차 불법 개조, 밤샘 주차 등도 단속할 수 있도록 단속범위를 불법 개조, 밤샘주차 등 화물법 위반 전반으로 확대하고, 각 국토관리청에 기동단속반(청별 10인)을 구성해 운영한다.

이 밖에 경찰·지자체·교통안전공단 합동단속을 통해 운송업체 불시 점검, 고속도로 휴게소·IC 점검 등 현장 단속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입제 개선방안, 표준운임제 등을 반영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과 후속 하위법령 개정을 신속하게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담 TF를 운영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부는 집단운송거부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그동안 뿌리 깊게 유지되었던 화물운송산업의 불합리한 관행 및 악습을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며 "특히, 차주에게 일감은 주지 않고, 차주로부터 수취하는 지입료에만 의존하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지입전문회사는 적극 퇴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물차주분들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가장 중요하며, 1960년대부터 유지되어온 지입제의 개선과 더불어 고유가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운임-유가 연동형 표준계약서 등을 통해 열악한 임금수준이 개선될 것"이라며 "화물운송산업의 정상화로 우리 국민들은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받고, 열심히 일한 화물차주는 공정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