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오류' 114만건 낸 국토부, '표준지' 3배 늘리랬더니…고작 4% '찔끔'

전체 공시지가 중 오류 37% 잡은 감사원 "표준지 땅 늘려라" 지침
예산배정 못 받았다는 국토부, 집값통계 주택표본 50% 늘려 '비판'

ⓒ News1 김평석 기자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공시지가를 잘못 적용해 40%에 가까운 오류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시지가의 정밀책정을 위한 표준지를 최대 3배 이상 늘리라는 권고에도 고작 4%만 확대했다. 반면 주간 주택가격을 책정하는 아파트 표본은 47%나 늘려 과세표본보다 '집값' 평가에만 정책역량을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내년 예산안에 공시지가 책정의 기준이 되는 전국 50만필지의 표준지를 52만필지로 늘릴 방침이다.

공시지가는 국토부가 공시한 토지의 단위면적(㎡)당 가격이다. 국토부는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해 전국의 땅 중 대표성이 있는 50만 필지를 골라 표준지공시지가를 산정한다. 산정한 공시지가는 이후 인근 땅값인 개별공시지가의 기준점이 된다. 공시지가는 토지보상금은 물론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각종 과세의 기초자료로 쓰인다. 토지과세를 부담하는 땅주인의 재산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감사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해 공시지가의 잘못된 기준 적용으로 유발한 총 144만건의 오류를 적발했다. 전체 공시지가 건수의 약 37%에 달한다. 토지의 고저와 형상, 도로접면 등의 가격반영이 잘못돼 땅값과 주택가격의 가격배율 격차가 10% 이상 초과한 경우도 30만건에 달한다.

당시 감사원은 이런 오류의 근본원인 중 하나로 부족한 표준지를 지적했다. 1개의 표준지가 너무 넓은 범위의 공시지가 기준점이 되는 까닭에 정밀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공시지가의 오차를 줄일 수 있도록 기존 50만필지의 표준지를 최대 169만필지까지 늘려야 한다고 국토부에 권고했다. 169만필지의 경우 허용오차가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작 국토부는 감사원이 제시한 여러 권고안 중 허용오차가 9%인 '65만필지' 안을 가지고 내년 예산확보를 추진했다. 최종적으로는 약 4% 수준인 2만필지를 늘린 52만필지의 예산을 확보했다. 국민의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지가의 허용오차를 10% 이상을 용인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와의 예산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약 15억40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변동률의 지표인 아파트 표본을 50% 가까이 늘렸다는 점을 들어 당장 정책성과의 표시가 나는 곳에 예산을 집중했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 내부에서도 표준지의 추가확보를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표준지를 추가로 늘린다는 계획은 없다"며 "오는 10월께 발표하는 공시가 로드맵에도 표준지 확대를 통한 정밀한 공시지가 책정은 들어있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민간에선 1필지당 4만3600원인 감정평가 수수료를 깎아서라도 공시지가를 정밀하게 책정하자고 얘기하고 있는데, 정작 주무부처에선 감사원 지적사항조차 구색 갖추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라며 "이후에도 공시지가에 오류가 발생하면 이번엔 무슨 이유를 들지 궁금하다"고 했다.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