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X맨 下] '꾼'들 막을방법 없나…"감시 또 감시해야"

입주예정자협의회, 단체 등기·입주박람회·빌트인업체 선정…권한 크다
운영진 횡포, 배임만 처벌 가능…"구성원이 관심 가져야"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철 전형민 기자 = 일명 '아파트 X맨', '오피스텔 헌터' 등이 '입주예정자협의회'를 장악하고 입맛대로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아파트X맨 上]"입주협 대표입니다"…입주자 속 스며드는 '꾼'들 26일 기사 참고)이 제기되지만 사실 처벌이 쉽진 않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달리 입주예정자협의회의 경우 법적인 지위가 없고, 구성 초기 소수 인원이 여론을 주도하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결국 구성원의 관심과 감시만이 피해사례를 막을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입주예정자협의회 운영진이 협의회를 운영하면서 뒷돈(리베이트)을 받은 정황이 있다면 배임죄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입주자가 아니면서 협의회에 들어오거나, 임원진이 인터넷 카페를 강압적으로 운영하는 등 행위는 처벌 규정이 없다.

◇조합과 달라…입주예정자협의회의 '함정'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의 영향을 받는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계속 살아온 곳을 다시 개발하는 행위다. 주민들이 조합에 가입하려면 실제 주택 소유자인지를 철저히 검증한다.

이 때문에 조합은 법적인 지위를 갖고 사업추진부터 시공사 선정, 분양 등을 결정한다. 원주민들이 개발의 주체가 되는 셈이다. 또 조합장이나 임원이 도정법을 위반한 경우 처벌도 가능하다.

그러나 시행사가 공공택지를 받아 새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건설하는 경우 기존 주민들이 없고 모두 외지에서 주민들이 입주하게 된다. 이들은 주로 입주예정자협의회를 구성해 대표와 임원진을 뽑는다. 협의회 대표는 시공 상태를 확인하고 입주자들의 의견을 모아 시공사와 협의도 진행한다. 또 빌트인 가구 업체를 선정하거나 입주 박람회, 단체 등기 등을 주도한다. 이후 입주가 진행된 다음 정식으로 입주자 모임인 '입주자대표회의'가 출범한다.

초기 입주예정자협의회의 특성상 소수의 인원이 여론을 주도하게 된다. 피해 지역의 한 주민은 "다들 바쁜데 스스로 나서 일한다고 해 다들 고마워했다"며 "하지만 갈수록 의문이 남는 행동을 해 불만을 제기했더니 협의회 카페에서 강제탈퇴 당했다"고 말했다.

특정 개인이나 세력이 악의적으로 협의회를 운영하더라도 입주민들이 단체로 반발하지 않는 이상 막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김경민 안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입주자 자격이 안 되는데도 입주자인 것처럼 하거나 다른 명의의 아이디로 카페에 가입해 가상의 인물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벌하긴 힘들다"며 "엄밀히 말하면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일종의 동호회 지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이 조감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19.12.3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배임죄 적용 가능…"입주민 관심만이 피해 예방할 수 있어"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부당이득을 챙길 '건수'도 많다. 단체 등기에서 특정 법무법인과 짬짜미를 할 수도 있고 입주 박람회를 주최하면서 업체들에 뒷돈을 받을 수도 있다. 특정 가구 업체 선정을 유도하면서 계약을 맺은 후 해당 업체에 리베이트를 받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협의회 회원이 이같은 사실을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확실한 정황 증거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권형필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입주자들이 증거를 갖고 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확실한 정황을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권한을 주고 특정인이 대표로 권한 행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임죄 혐의를 적용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고 전했다.

결국 협의회 구성원들이 평소 임원진의 행동에 관심을 두고 감시를 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지름길인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운영진이 카페에서 강제탈퇴 조치나 각종 비난 등을 한다면 한번쯤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며 "내 재산은 내가 지킨다는 심정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입주인들이 많아질수록 협의회가 더 투명하게 운영되고 일명 '꾼'들의 개입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