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이 동지로…GS건설 도시정비팀장, '라이벌' 현대건설에 새둥지
현대·GS건설, 반포1·한남3·한남하이츠 '알짜' 사업지마다 격돌
"팀장급, 경쟁사 이직 상당히 이례적…장수 뺏긴 셈"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GS건설의 도시정비사업팀장이 '라이벌'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재건축·재개발 담당 현장 인력이 이직하는 것은 더러 있으나, 팀장급 직원이 경쟁사로 옮겨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최근 두 회사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욱더 파격적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의 건축·주택부문 도시정비팀 소속 A 부장은 최근 현대건설로 이직했다. 도시정비3팀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해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등 서울에서 굵직한 정비사업지를 담당했다. 두 현장 모두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참여했거나 준비했던 사업지다.
건설업계는 A 팀장 이직은 GS건설의 조직 개편이 발단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건축·주택부문 도시정비팀을 5개에서 4개로 축소했다. 기존 도시정비3팀과 4팀을 합쳐 현재 도시정비1~3팀, 남부도시정비팀을 운영 중이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팀장 자리가 하나 사라지면서 A씨가 이직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현재 공식 출근 전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 출근 전"이라며 "우리 쪽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의 도시정비팀 인력의 이직은 전혀 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관리직인 팀장급이 경쟁사로 옮긴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쟁 중인 장수를 빼앗긴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모든 대형건설사가 풍부한 정비사업팀 인력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업계 내에서도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하다. 삼성물산은 과거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재건축 시장 최강자로 군림했으나, 수주 활동을 중단하면서 많은 인력이 이탈했다.
현대건설은 다른 대형건설사보다 정비사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했으나, 최근 이 분야의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필요한 상황. 현대건설은 경력 5년 이상 정비사업 인력을 수시로 뽑고 있다.
건설업계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최근 수주전 이력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했다. 삼성물산이 재건축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면서, 두 회사는 업계 최강자 위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본격적인 경쟁은 2017년 하반기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지나친 수주전 과열로 재입찰 권고를 받은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에서도 두 회사는 대림산업까지 해서 3파전을 벌였다. 서울은 물론 대전 등 지방에서도 두 회사는 격돌했고 어느 한쪽의 우열을 쉽게 가릴 수 없었다. 당장 오는 18일 시공사를 선정하는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두 회사가 경쟁 중이다.
한 대형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브랜드를 발표하고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 했으나, 인력 문제로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수주를 해도 관리가 힘들다 보니 경쟁사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게다가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최근 알짜 사업지마다 경쟁하고 앞으로도 계속 (경쟁)할 것을 고려하면, GS건설에는 뼈아픈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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