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SOC', 건설업계 불황의 탈출구 될까…중대형사 입장 달라
기재부, 내년 생활밀착형 SOC에 7조원 이상 투입
"공사비 적고 기간 짧아 일자리 창출 효과 미미"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주문하면서 건설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생활 SOC 투자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사업 규모가 적어 업계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밀착형 생활 SOC 투자를 과감히 확대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생활 SOC는 도서관, 체육시설, 교육시설, 문화시설 등 사회적 인프라를 말한다. 토목사업으로 꼽히는 도로와 철도, 항공 등 전통적인 인프라와는 결이 다르다. 문 대통령 역시 "과거 방식의 토목 SOC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지역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생활밀착형 SOC사업에 7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우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생활 SOC는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업계가 정부의 SOC 예산 확대를 주문하면서 그 당위성으로 가장 앞세웠던 내용 중 하나다. 특히 그간 정부를 대상으로 SOC 예산 확대를 주장했던 업계로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화답의 의미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올해 SOC 예산은 19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4% 감소했다.
건협 관계자는 "(SOC 예산 확대에 대해) 수차례 관련 토론회와 건의문을 제출했는데 이제야 답을 받은 것 같다"며 "내년 SOC 예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SOC 예산과 관련, 정부의 기조가 바뀐 점도 건설업계에는 희망적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SOC 예산을 대폭 늘리려 한다면서 "일자리에 도움이 많이 되고 미래 혁신성장에 관련된 부분에 중점 투자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방침이 선회한 데에는 최근에 발생한 일자리 쇼크와도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기치로 내세우며 모든 정책을 일자리에 초점을 맞췄으나 드러나는 숫자는 기대 이하였다. 올 들어 월간 취업자 증가수는 5개월째 10만명대에 그치며 지난해 연평균 32만명대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침체에다 최저임금 인상 등 복잡한 요인이 있지만 그동안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컸던 건설경기의 위축이 큰 요인이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건설경기 둔화가 경제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SOC 예산 급감 등으로 올해 건설수주가 14.7% 감소해 향후 5년간 취업자수가 32만6000만명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OC 예산 감소와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등으로 향후 건설경기 불확실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인허가는 16.2% 감소했다. 주택인허가는 대표적인 건설경기 선행지표다. 주택인허가 감소는 건설경기가 앞으로 주택부문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이홍일 건산연 경영금융연구실장은 "건설수주가 올해뿐 아니라 향후 2∼3년간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 향후 건설경기가 경제성장 및 고용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이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생활 SOC 투자 확대만으로는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이 미미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도서관 등 사회 인프라 확충은 도로 등 토목사업에 비해 사업규모가 적고 그 기간도 짧아 경기 회복은 물론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 이하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한 생활 SOC 사업은 그 규모가 수십억~수백억원 수준으로 도로 등 토목사업에 비해 (사업비가 적어) 참여 요인이 떨어진다"며 "기간도 짧아 일자리 창출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소중견건설사는 생활 SOC 투자확대가 수주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중소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수백억원대의 관급공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며 "아무래도 공사비가 적어 대형사보다는 참여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