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비리에 지친 아파트 재건축…신탁사 재건축 '각광'

신탁방식 재건축, 여의도 이어 강남권까지 진출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신탁사가 아파트 주민의 위탁을 받고 재건축 사업을 시행하는 '신탁방식' 재건축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재건축 조합 비리가 비일비재해지면서 신탁방식 재건축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는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반포2차는 27일까지 신탁사들의 사업제안서를 받고 다음달 4일 신탁사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신반포2차는 신탁방식 추진으로 재건축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1572가구 규모인 신반포2차는 강남권 대단지인데다 한강 조망이 가능해 알짜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하지만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선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신반포2차 재건축 추진 관계자는 "일반 재건축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 신탁방식 재건축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주민 75% 이상이 부동산 신탁사를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면 조합을 설립하는 대신 신탁사가 사업을 위탁받아 비용 조달부터 분양까지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되면서 신탁방식 재건축의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여의도가 첫 주자로 나섰다.

가장 먼저 신탁방식 재건축을 시작한 곳은 여의도 '시범아파트'다. 시범아파트는 지난해 11월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예비 신탁사로 선정하고 현재 주민동의를 받고 있다. 시민아파트 재건축 추진 관계자는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주민동의율 75%를 충분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등포구청에 사업자 지정 신청을 하고 5월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범아파트 외에도 여의도 '공작아파트(373가구)'도 지난달 KB부동산신탁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수정아파트(329가구) 역시 25일 신탁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총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신탁방식 재건축 바람은 여의도에 이어 강남권에서도 불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서초구 '방배7구역'이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배7구역은 지난달 한국자산신탁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고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도 지난 14일 한국자산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꼽았다. 이 밖에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 서초구 '신반포궁전아파트'도 설명회를 여는 등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탁방식 재건축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우선 '초과이익환수제' 때문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이 얻은 이익인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는 제도다. 이 제도는 올해까지 유예되고 2018년부터 부활될 예정이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일반 재건축과 달리 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 단계를 생략할 수 있어 사업기간이 1~3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는데 재건축 사업을 최대한 빨리 진행시켜 이를 피해보겠다는 계획에서 신탁방식 재건축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이 얻은 이익인 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는 제도다. 이 제도는 올해까지 유예되고 2018년부터 부활될 예정이다.

신탁방식 재건축이 확대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조합 운영의 투명성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은 속도가 관건인데 조합장 비리 등 불투명한 운영으로 사업 차질을 겪었다"며 "이런 갈등을 해소하려는 재건축 아파트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신탁사와의 이해관계가 맞으면서 신탁방식 재건축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사 재건축이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가 된다면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yagooj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