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외면하는 '타워형' 가라…주상복합 '판상형' 시대

주상복합에 실수요자 니즈 반영한 판상형 평면 '청약 대박'

주상복합 아파트 투시도/제공=서울시 ⓒ News1

(세종=뉴스1) 진희정 기자 = 최근 주상복합 아파트가 실수요자 니즈에 맞춘 평면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주상복합은 중대형 면적의 탑상형 구조였다면 신규로 공급되는 주상복합은 중소형 면적의 판상형 구조로 가격과 실용성 두마리 토끼를 잡으며 청약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분양가·높은 관리비·대형 면적으로 관심도 ↓

지난 2000년 2월 삼성중공업이 서울 도곡동에서 분양한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고급 주상복합단지의 대표로 꼽힌다. 이 주상복합은 성냥갑 같은 일반 아파트와 차별화를 위해 초고층 탑상형으로 조성해 눈길을 끄는데도 성공했다. 당시 분양가도 3.3㎡당 1000만원으로 서울 지역 평균 매매가(3.3㎡당 662만원)보다 비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탑상형 평면으로 일부 가구만 남향에 배치되고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등의 단점이 발생한 것. 또 밀폐형 유리 외벽으로 설계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불편을 감소해야 했다.

고분양가와 높은 관리비 및 대형면적 위주의 공급 등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주상복합의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공급물량도 축소됐다. 실용성이 떨어져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진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0년 전국에서 분양된 주상복합 아파트는 19곳 6103가구로 △2001년 56곳 1만4407가구 △2002년 140곳 2만8976가구 △2003년 201곳 2만9526가구 등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줄었다.

결국 △2009년 14곳 6143가구 △2010년 15곳 5200가구 △2011년 17곳 4625가구 등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부의 상징이었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높은 분양가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건설사들도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탑상형+판상형 섞으니, 청약경쟁률·인기 ↑

외면 받던 주상복합이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되지 않는다.

건설사들이 주상복합에 탑상형과 판상형을 섞어 공급하기 시작하면서다. 공급 물량도 △2012년 18곳 9454가구 △2013년 25곳 1만3164가구 △2014년 18곳 1만2129가구 등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실제 판상형 평면이 도입된 주상복합은 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지난 6월 대우건설이 경기 용인시 기흥역세권지구에 공급한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는 8개 타입 중 3개 타입을 판상형으로 적용했다. 판상형을 적용한 타입은 통풍은 물론 개방감과 채광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

청약 결과 판상형과 탑상형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판상형 타입인 전용면적 84㎡A타입은 606가구에 1282명이 몰려 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탑상형 타입인 전용면적 84㎡B·C타입은 669가구 모집에 1045명이 지원하며 1.56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같은 달 경기 고양시 대화동에서 분양한 '킨텍스 꿈에그린' 판상형 84㎡A타입도 228가구 모집에 1311명이 몰리며 5.7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탑상형인 84㎡B는 516가구 모집에 941명이 신청 1.82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팀장은 "주상복합은 보통 준주거용지 및 상업용지에 입지하기 때문에 교통과 상권 등의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단지내 상업시설이 조성돼 있고 최근에는 지하철역과도 직접 연결된 곳이 많아 원스톱 생활이 가능한 만큼 분양가와 평면만 잘 나온다면 인기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상형 접목한 신규 분양 단지는 어디?…유형별 장·단점 따져야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한 개동에 더 많은 가구수를 지을 수 있는 탑상형을 선호하지만 경기침체 등의 변수와 실수요자들이 외면하면서 최근에는 판상형을 접목한 멀티 주상복합 아파트를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건설은 이달 경기 용인시 기흥역세권지구 3-1블록에서 '기흥역 더샵'을 공급한다. 전용 59~172㎡ 1394가구 규모다. 전체 90%가 중소형 면적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용면적 84㎡ 이하는 4-Bay 판상형 맞통풍 구조로 설계돼 채광성과 환기성이 뛰어나다.

같은 달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구리갈매지구 S2블록에서 '갈매역 아이파크'를 선보인다. 전용 84~110㎡ 1196가구로 구성됐으며 남향 중심의 판상형 설계다.

보미종합건설은 위례신도시 C2블록에서 '위례 보미 리즌빌'을 분양한다. 전용 96~112㎡, 131가구로 전가구 남향위주로 배치됐다.

한화건설은 9월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상업4블록에서 '은평뉴타운 꿈에그린'을 선보인다. 총 451가구 규모로 이중 아파트는 전용 59㎡ 147가구가, 오피스텔은 전용 19㎡ 304실이 조성된다. 아파트에 일부 가구를 판상형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통풍과 채광 등 실속을 우선시하는 수요자가 있는가 하면 전체적인 디자인과 조망권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수요자들이 있기 때문에 설계 유형별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선호도에 맞춰 청약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동 배치가 잘된 판상형은 일조·채광·환기가 좋은 대신 공간이 좁고 모서리에 위치한 가구는 기형적인 평면구조로 청약자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한다"며 "타워형은 단지 전체의 디자인이 뛰어나고 녹지율이 높아 입주민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자별 주거만족도나 안정성 등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설계별 특징을 잘 파악해 선택하는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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