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 이전 없다"…서울대 시흥캠퍼스, '앙꼬'없는 찐빵되나

'대학'없는 캠퍼스, 기숙사·연구기관 등만 이전…활성화 가능성 미지수
수익성 보존 갈등…서울대병원 분원 설립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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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시흥시와 서울대 등이 시흥 배곧신도시 내에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캠퍼스의 핵심시설이라 할 수 있는 대학 및 대학원의 설립·이전에 대한 논의는 답보상태여서 시흥캠퍼스가 실제 '캠퍼스'로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시흥캠퍼스 이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 등을 먼저 진행되면서 사업 자체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은 한라가 배곧신도시에 아파트 6700가구를 분양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 4500억원으로 캠퍼스 기초시설 등을 지어 서울대에 무상 제공하는 사업이다. 한라는 지금까지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1·2차 5400여가구를 분양한 상태다.

◇'대학'없는 대학캠퍼스…"RC·대학원 등도 계획없다"시흥캠퍼스 조성은 2009년 서울대와 시흥시가 '국제캠퍼스 및 교육의료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하지만 '캠퍼스'라는 명칭과는 달리 단과대학 이전에 대한 협의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단과대를 이전하는 방안은 당초 MOU 체결시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단과대학 이전은 학교차원의 입장 번복이 있어야 할 사안으로 전혀 검토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기숙형 대학(RC) 조성이나 대학원 이전 등도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흥시는 대학원 이전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서울대의 입장은 달랐다. 서울대 관계자는 "RC 조성이나 대학원 이전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승인 등을 받아야 하는 데 이와 관련한 어떠한 작업도 진행된 적 없다"며 "학과·학부·학년·대학원 등 교육단위 이전은 계획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흥캠퍼스가 실질적인 캠퍼스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대학교의 핵심 시설이라 할 수 있는 '대학' 등의 이전이 배제된 상황에서는 학생과 교수들이 해당 캠퍼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서울대는 필수교양과목 개설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의 '강제적' 이전을 유도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기숙사도 2000명 규모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조성되며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추가 증설을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학점으로 인정되는 교양과목 개설 등도 기숙사 학생들이 원할 경우에만 신설을 고려할 예정이다.

앞서 조성된 연세대학교 송도국제캠퍼스는 1학년 교양과목을 송도캠퍼스에서 신설하고 신입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하는 RC프로그램을 적용했음에도 실효성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 수익성 보존 갈등…서울대병원 분원 설립 '안갯속'경제적 파급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대병원 설립 방안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당초 계획대로 시흥 배곧신도시 내 '교육의료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선 서울대학교병원 유치가 필수적이다.

서울대병원 조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은 병원의 수익성 보존 등을 놓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2014년 당기 순이익을 기준으로 26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분원 설립을 추진하게 될 경우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서울대와 시흥시 등은 상업용지 6만여㎡ 가운데 3만여㎡가량에 장례식장 등 관계 수익사업에 활용해 적자를 보존하는 방안 등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서울대와 별개 독립법인으로 일부 이전이나 분원 설립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결정된 내용이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 "앙꼬없는 찐빵될라" 입주자 불안감 가중

앞서 시흥 배곧신도시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예비입주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서울대와 서울대병원 등이 들어선다는 계획때문에 청약을 진행한 이들이 대부분이라 캠퍼스 조성이 무산되거나 '반쪽짜리'가 될 경우 그 메리트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분양예정자는 "지하철도 없는 배곧신도시에 높은 분양가를 주고 계약을 한 것은 모두 서울대 캠퍼스 조성사업때문"이라며 "확실한 내용 없이 실시협약이 미뤄져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와 시흥시는 9월까지 실시협약 문안을 검토하고 심의해 내년 3월까지 △콘텐츠 논의 △1단계 시설 확정 △시흥캠퍼스 기본·실시 설계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16년 상반기에 교육국제화특구 주민공청회를 개최하고 같은해 하반기 특구 지정을 교육부에 신청할 예정이다.

시흥시 관계자는 "단과대학이 없다고 하더라도 전문 교육기관이나 외국인학교 등이 설립되고 서울대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활성화된 국제캠퍼스가 조성될 수 있다"라며 "서울대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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