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 입석금지 D-2] "좌석 채우면 그냥 지나칠겁니다"

[르포]판교 전 서현서 출입문계단까지 가득차…증차로 어림없어
탁상행정에 교통지옥 불보듯…서민들만 교통대란 내몰려
남산1호터널 병목현상 평균 20분은 소요돼

고속화도로 운행 광역버스의 좌석제 전면시행을 이틀 앞둔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광역버스에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직행좌석버스 62개 노선에 222대의 버스를 투입해 배차간격을 줄여 입석 논란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2014.7.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최동순 진희정 기자 = #1.분당에서 광화문을 운행하는 수도권 광역버스 기사 A씨(54세)는 정부가 오는 16일부터 입석 운행을 금지함에 따라 좌석을 채우면 그 이후 거치는 정류장은 정차하지 않고 지나간다는 생각이다. 그는 "어차피 월급쟁이라 승객을 많이 태운다고 해서 이득될 게 없다"며 "괜히 승객들 사정봐주다가 면허정지 당하기는 싫다"고 말했다.

#2. 용인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 한 지 횟수로 5년째인 K씨(38)는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제일 가까운 전철역까지는 마을버스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승용차를 제외한 유일한 교통수단은 광역버스인 5500번 밖에 없다. 이마저도 집 앞에서 타면 좌석이 없어 버스가 출발하는 두 정류장 앞까지 가야 한다. 퇴근시간은 더하다. 남산터널을 지날 때는 너무 서 있어서 멀미까지 날 정도다.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출퇴근시간대 운행버스 가운데 절반은 정원 초과 상태로 운행 중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도권 인구가 폭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대중교통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오는 16일부터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직행버스의 입석운행이 금지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전불감증'이 문제가 되면서 고속도로 입석 운행이 타깃이 됐다.

◇"출퇴근 지옥, 누가 책임지나"…불만 속출광역버스의 입석금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시행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광역버스 입석금지로 수송인원이 많은 지역에서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에서 서울역을 오가는 9401번의 경우 출근시간에는 서현 사거리를 지나기 전에 이미 '만원'이 된다. 고속도로를 타기 전인 판교에 이르러서는 버스 가장 앞 좌석부터 출입문 계단까지 9명이 더 올라탄다. 버스 앞 유리와 출입문 계단까지 승객들이 가득 차 더이상 문을 열수 없을 지경이 된다.

올해 초 판교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S(34)씨는 출근 시간이 악몽이다. 그나마 판교나들목에서 한남대교 구간만 지나면 되지만 앞으로는 입석금지로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입석으로라도 가겠다는데 왜 안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아파트만 지어놓고 분양만 하면 다 되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내놓은 해법은 버스 증차다. 직행좌석버스 62개 노선에 222대의 버스를 투입해 배차간격을 줄여 입석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증차된 차량을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7시30분 사이에 집중 배치해 배차 간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안전 챙기는 것 맞지만…섣부른 증차만으로 어림도 없어"국토부의 '입석금지' 조치에 대해 일선 버스기사들은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안전상의 문제를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과다하게 승객을 태워야 했던 '부담감'이 해결된 측면에서 반기고 있는 한편 증차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다.

한 광역버스기사는 "버스 사고가 나면 모두 운전기사의 책임인 것을 알면서도 출근길 승객을 모른 채 할 수 없어 과승차 운행을 해왔다"면서 "승객들이 버스 앞 유리창과 백미러까지 가려 아침마다 신경이 날카로워졌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버스기사는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이다"면서 "버스에 한 가득 태워도 못타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한 두대 증차한다고 그 사람들을 다 태울 수 있겠냐"고 비꼬았다.

승객들 사이에선 '출근길 교통지옥'을 일으킬 것이라는 불안감이 큰 편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졸속적으로 시행되는 현실성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C(42)씨는 "결국 노선별로 한 두대 증차된다는 얘기인데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라면서 "버스를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이 사람들이 택시를 잡아타기 시작하면 출근길이 더 복잡해 질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광역버스 입석을 통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원은 평균 1만5000명 정도다. 좌석 버스 정원이 43명이라는 것을 감안할 경우 222대에 추가 로 탈 수 있는 승객 수는 9546명명에 불과하다. 증차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증차된 버스가 적재적소에 배치된다고 해도 5000여명 이상의 시민이 버스에 타지 못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산1호터널~삼일로 구간, 증차·지연 버스로 출근길 교통혼잡 '최악' 증차된 버스가 출근시간대 서울시내로 유입되면 교통체증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입석 금지 조치로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출근 차량이 몰리면서 서울 도심 일부구간의 교통상황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남산 1호터널에서 을지로입구를 잇는 삼일로 구간이 대표적이다. 남산 1호터널에는 성남과 용인 등 남부권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25개의 광역버스 노선이 지난다.

경부고속도로 등으로 진입한 광역버스들은 한남대로 편도 6차선을 지나 2차선인 남산1호터널로 몰리며 극심한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남산터널을 통과 하고 버스전용차선으로 운행해야 하는 삼일로가 나오기 때문에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삼일로 인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D씨는 "이곳은 평균 9~10시쯤까지 정체가 계속된다"면서 "버스들이 간격없이 다닥다닥 붙어가기 때문에 전철을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역버스기사 B씨는 "출퇴근시간대에는 남산터널을 통과하는데 평균 20~30분 정도 걸린다"면서 "버스 대수가 증차되면 이 구간 지정체가 심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hj_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