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좋은 '증차'…무책임한 국토부, 손놓은 서울시

[광역버스 입석금지 D-2]222대 증차발표, 실제 증차 대수는 137대 불과
"입석 승차 막을 것"…출근 대란 불가피
전문가들 "증차 대책 홍보말고 전철 이용 권장해야"

고속화도로 운행 광역버스의 좌석제 전면시행을 이틀 앞둔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직행좌석버스 62개 노선에 222대의 버스를 투입해 배차간격을 줄여 입석 논란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2014.7.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국토교통부는 오는 16일부터 수도권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입석을 금지하고 이에 따른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22대를 증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광역버스의 입석 승객 수와 비교해 증차 규모가 턱없이 모자란 데다 국토부와 서울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 지차체들은 실효성 없는 증차 대책 등만 홍보하고 있어 16일 '출근길 교통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22대 증차…실제론 137대 증차에 불과해국토부가 입석 금지 대책으로 총 62개 노선 222대의 버스를 증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폐선되거나 감차되는 수량을 제외한 수치다. 16일부터 성남과 강남을 오가던 8131번과 1121번 등 8개 노선이 폐선되면서 노선 내 버스 65대의 운행이 중단된다.

또 파주와 합정역을 오가던 2200번 노선 버스 5대가 감차되는 등 7개 노선에서 버스 20대가 축소 운행된다. 폐선·감차 조치로 줄어드는 버스를 제외하고 나면 실제 증가한 버스는 137대에 불과하다.

서울시도 오는 16일부터 성남과 서울역을 오가는 9401번 버스가 14대가 증차되는 등 총 5개 노선에서 29대의 버스가 증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14대가 증차된 9401번은 노선 경로가 비슷한 9401B번의 폐선으로 충원된 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 관할 광역버스 중 증차된 것은 15대에 불과했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 관련 지자체들은 폐선과 감차 부분을 제외한 채 '총 222대가 증차된다'고 홍보해왔다. 입석 금지 조치로 인한 시민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지점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폐선된 노선의 차량은 전부 출퇴근 시간대 배차간격을 줄이기 위해 투입된다"면서 "총 대수를 볼 것이 아니라 출퇴근길 운행 횟수를 감안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현장 투입 공무원들 "입석 금지가 원칙"…국토부 "계도 기간 중 단속 안한다" 엇갈린 입장정부 발표에 따르면 광역버스 입석을 통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원은 평균 1만5000명 정도다. 좌석 버스 정원을 43명이라 놓을 경우 137대에 추가로 탈 수 있는 승객 수는 총 5891명명에 불과하다. 증차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증차된 버스가 적재적소에 배치된다고 해도 1만명 정도의 시민이 불편을 겪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증차 대수가 산술적으로 부족함에도 국토부는 모니터링 기간이 있는 만큼 시행 당일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6일부터 입석이 금지되는 것은 맞지만 경찰이 단속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현장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이 '융통성'을 발휘해 못 타는 승객이 많으면 입석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기 때문에 교통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행을 맡은 지차체들의 입장은 달랐다. 정부에서 '16일부터 입석 금지'라는 원칙을 내놨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입석 금지 계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현장에 아직 공지를 받지 못한 시민들에게 입석 금지 사실을 알리게 될 것"이라면서 "일부 시민들의 불만이 있겠지만 공무원인 우리로서는 관계법과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16일 출퇴근시간대에 미쳐 버스에 타지 못한 승객들이 있으면 그래도 태워야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그럴 수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석 금지가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는 지를 지켜보는 게 모니터링 기간인데 입석으로 태우면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면서 "다른 지자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서울시는 모니터링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선 운전기사들과 버스회사들도 입석 승객은 태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운전기사 A씨 "승객들 사정도 안타깝지만 정부 방침이고 회사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한 사업장 관계자는 "나는 16일부터 단속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괜히 말이 나오지 않도록 추가 승객은 태우지 않도록 통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증차로는 한계 있어…전철 이용 홍보해야"교통전문가들은 입석 금지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의 뜻을 비쳤다. 출퇴근길 교통혼란이 예상된다고 해도 그것때문에 입석으로 고속도로를 지나는 '후진적 관행'을 이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증차'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광역버스 이용자이 전철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안이 마련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222대가 증차되 문제가 없다'고 홍보할 것만 아니라 이제 광역버스만으로 출근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음을 고백하고 전철 이용을 권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동주 서울시립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결국 광역버스를 선호하는 수도권 승객들을 어떻게 전철로 유도할 것이냐는 것"이라면서 "탄력적으로 버스 이용 요금을 증액해 과도하게 몰려있는 광역 버스 승객을 자연스럽게 전철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은 전철뿐 아니라 환승 체제 개선을 통해 광역버스 교통난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강남대로에 시범적으로 환승정류장을 만들어 이곳에서 광역버스를 회차시키고 승객을 서울버스나 지하철로 환승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시범 사업이 효과를 거둔다면 추후 고양·파주, 구리·남양주, 인천·부천 등에 확대를 하면 된다"면서 "물론 환승 불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안전은 언제나 불편을 수반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교통대란 가능성이 있는데도 버스 증차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차라리 16일부터 입석이 금지되니 전철을 이용해달라고 권유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doso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