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리빙'의 역습…국토부-주택협회, 실태파악 뒷짐
2년뒤 재계약 실패시 세입자 아파트 텀터기 쓸수도
미분양 해소 목적…상반기부터 만기 몰려 피해 우려
정부·관련단체, 건설업계 '영업비밀' 구실로 조사안해
- 전병윤 기자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애프터리빙은 미분양 아파트를 전셋값 수준만 내고 2~3년간 살아본 뒤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걸 말한다. 건설사나 시행사가 계약자에게 나머지 대출금의 이자를 대납해주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넘겨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마케팅이다.
문제는 2~3년뒤 재계약 시점에 건설사나 시행사가 자금난에 부도를 맞으면 계약자는 원하지도 않았던 수억원의 대출을 낀 아파트를 떠안을 수 있다.
애프터리빙은 자금사정이 어려운 건설업체가 '떨이' 매각마저 힘든 미분양 아파트를 전셋값 수준만 받고서라도 자금을 융통하고 소유권을 넘겨 재무개선을 도모하려는 임시방편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처럼 애프터리빙의 탄생 배경에는 계약 불이행과 같은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해당 업체의 '영업 비밀'을 이유로 실태조사를 외면하는 정부와 주택협회의 안일한 태도가 도마에 오른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형 분양제'인 애프터리빙의 계약 만기시점이 지난 4월 이후부터 줄줄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로선 전국의 애프터리빙의 물량과 만기시점조차 알 수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새누리당, 경기 덕양을)은 인터넷과 건설사·모델하우스 등의 현장 조사를 통해 지난해 10월 현재 전국의 25개 아파트 3만2541가구가 애프터리빙 등 전세형 분양제 마케팅으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프터리빙을 이미 완료한 곳을 합치면 실제 가구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태원 의원실 관계자는 "애프터리빙은 프리리빙제·리스크프리·저스트리브·스마트리빙제처럼 업체마다 이름을 달리 표기하지만 결국은 소유권을 계약자에게 넘긴 분양 계약"이라며 "마치 전세인줄 알고 털컥 계약했다가 나중에 시세보다 떨어진 아파트를 수억원의 대출을 떠안고 살아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량이 애프트리빙 형태로 계약됐고 만기 시점이 언제 돌아오는지 정확한 통계를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다"며 "국토부에 실태조사를 요청해도 해당 업체들이 영업비밀이라고 밝히길 꺼려해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주택협회도 비협조적"이라고 지적했다.
관련단체인 주택협회는 회원사의 영업비밀을 구실로 조사에 나서고 있지 않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애프터리빙은 분양이나 인허가 실적과 같은 공식적인 통계가 아니라서 협회 차원에서 파악할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 애프터리빙으로 인한 갈등은 시작되고 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후 폐업절차를 밟고 있는 벽산건설과 시행사는 과거 애프터리빙을 실시했으나 계약만료 시점에 연장을 원하지 않는 60여가구에 대해 당시 계약금을 돌려주기 어렵다고 버텨 분양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정치권과 고양시의 중재 끝에 60여가구는 해당 아파트를 매각해 분양대금을 돌려 받는 방식으로 시행사와 합의를 이뤄냈다.
A건설사도 2012년 4월부터 고양시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애프터리빙을 실시했는데 지난달부터 이달과 내달 사이 계약 만기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 중 애프터리빙으로 계약했던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선 담당팀이 내부에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재계약을 원하면 분양가격을 일정 부분 할인해주기 때문에 등기전환율(애프터리빙 계약자가 해당 주택을 완전히 인수하는)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만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원 의원실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애프터리빙 계약을 통해 입주자 명의로 금융사에서 한 채에 수억원의 중도금 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을 임시 융통해 왔다"며 "2년이 지난 뒤 입주자가 분양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건설사는 계약자의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byj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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