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영 거대 재건축 10년..마지막까지 '분담금 폭탄'에 발목

"의견수렴 절차 문제.." 대법원, 문제제기에 가까운 판결
호황기때 만든 계획이 분담금 폭탄으로..주민 갈등 양산
두어달후 관리처분계획 의결 여부 주목

가락동 시영 아파트 © News1 최진석 인턴기자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단일로는 국내 최대 재건축예정지이자 시작 10년째인 서울 송파구 가락 시영아파트 재건축문제를 놓고 조합원간의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질까 우려된다. 대법원이 최근 "가락시영 재건축 결의에 하자가 있고 이를 취소하는 게 맞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조합측은 이번 대법원이 판결이 새 사업계획이 2012년 적법하게 수정·고시되기 전 일이어서 사업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추가분담금을 놓고 수년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마무리만남겨놓은 재건축 일정에 변수가 안된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가락 시영아파트 재건축은 관리처분과 착공만 남겨놓은 상태다. 현대건설·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사이며 재건축 후 전용 39~150㎡ 총 9510가구의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중 일반분양 물량은 1578가구다.

업계 일각에서는 판결을 계기로 추가 분담금을 둘러싼 주민들 갈등이 심화될 경우 올해 상반기 예정된 관리처분 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 결의를 위한 조합원들 동의를 구하는 일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조합원 분담금이 예상보다 높게 제시되면서 가락시영 조합원들이 조합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 "의견수렴절차 문제있다"..대법, 문제제기에 가까운 판결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은 올해 6월이나 7월경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현재 조합원 분양신청과 평형변경 신청을 접수 받고 있는 중이다.

일단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은 내달 18일까지 접수받는 조합원 분양신청은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소송의 빌미를 제공한 사업시행계획은 2007년 의결된 안건이라서 현재의 가락시영 재건축과는 무관하다는 이유에서다.

2012년 용도지역 변경 절차를 거친 뒤 사업시행계획과 관련한 의결을 새로 받아 이미 하자가 치유됐기 때문에 과거의 권리관계에 대한 판결이 현재 사업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게 재건축조합의 주장이다.

이날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최근 윤모씨 등 3명이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이 2007년 총회를 통해 사업시행계획을 결의하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규정된 조합원 동의요건을 만족하지 못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게 대법원 판결의 요지다.

대법원은 "관련법 상 조합원이 부담해야할 비용에 중대한 변경이 있을 경우에는 조합원 2/3 동의를 구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2007년 결의된 가락시영 사업시행계획안은 이같은 결의요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 수립된 것이기 때문에 계획 자체는 무효가 아니다"면서도 "다만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결의는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주택경기침체의 그늘...호황기때 만든 계획이 조합원 '분담금 폭탄'으로

하지만 이번 소송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데 따른 문제제기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 판결이 추가분담금을 둘러싼 조합원간 갈등의 불씨를 지피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소송의 원인이 된 재건축 사업계획은 2007년 결의된 안건으로 재건축 결의 당시 책정된 1조2462억여원의 사업비가 3조545억여원으로 늘어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업비가 증가하면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같은 중대한 안건을 일반 정족수를 통해 의결했다는 점이 소송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가락시영 재건축 단지에서 주민들의 갈등이 거듭되고 있는 배경에는 조합원 분담금이 자리 잡고 있는 것.

이번 대법 판결을 계기로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상보다 높게 제시된 추가분담금에 대한 조합원들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법 판결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당초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장은 전용51㎡를 보유한 조합원이 84㎡아파트를 분양받는데 필요한 분담금이 4000만~50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지난달 이 금액이 1억원 가까이 늘어난 1억3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드러나며 조합원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가락시영 재건축의 한 조합원은 "분담금 폭탄을 맞을까봐 보유주택을 급매물로 내놨지만 집이 팔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분담금이 1억원 가까이 늘어나자 조합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급매 처분도 쉽지않다"...두어달후 관리처분계획 의결 여부 주목

주택경기 침체와 사업지연이 맞물린 결과로 3.3㎡당 공사비는 370만원에서 410만원으로 오른 반면 주택경기 불황 탓에 일반분양가를 상향조정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비용부담 증가를 우려한 조합원들이 주택을 처분하기 위해 급매물을 내놨지만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며 한달 사이 호가가 3000만~5000만원 이상 떨어지는 등 분담금 폭탄 여파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 분담금이나 사업비가 늘어나게 되면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게 되는데 대법 판결은 가락시영 조합이 이와 관련된 조합원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6~7월 예정된 관리처분계획 의결을 위해서는 조합원의 2/3의 동의를 받아야하는데 분담금과 조합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 이같은 동의를 이끌어내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해석했을 때 과거의 권리관계에 대한 판결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분담금을 둘러싼 조합원들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haezung22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