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12조원 돌파 역대최고…연기금 등 '큰손' 몰린다

저금리 시대 갈곳 잃은 뭉칫돈 부동산간접투자로 눈길
오피스·리테일에서 호텔·임대주택으로 운용 다변화
본격 활성화하려면 인가제→등록제 전환 필요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해 운용 수익을 거두는 간접투자상품인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가 지난해 부동산경기 위축에도 3조6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모으며 처음으로 운용자산 규모 10조원을 돌파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뭉칫돈이 안정적 수익을 거두고 있는 리츠를 대체투자 수단으로 삼고 있고 정부의 꾸준한 규제 완화 정책도 시장 확대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다만 경쟁자격인 금융투자업계의 부동산펀드와 달리 리츠는 정부로부터 투자 대상에 대한 까다로운 사업성 사전 심사를 통해 인가를 받기까지 1~2개월 걸려 시장상황에 맞춘 발빠른 대응이 어려워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리츠의 운용 자산규모는 2012년보다 2조8000억원 증가한 12조3000억원으로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섰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리츠는 시장 진입과 탈퇴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20개 리츠가 새로 인가를 받았고 2개 리츠는 인가 취소를 받았다. 9개 리츠는 사업목적을 달성한 후 청산했다. 현재 80개 리츠가 운용 중으로 2012년에 비해 9개 늘었다.

◇오피스·리테일 비중 커…호텔·임대주택등 투자대상 다변화 유형별로는 위탁관리 리츠가 38개(전년 25개)로 가장 많았고 기업구조조정 리츠 29개(전년 31개), 자기관리 리츠 13개(전년 15개)가 운용을 하고 있다. 위탁관리 리츠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 명목상 회사이며 투자와 운용은 자산관리회사(AMC)에게 맡기는 방식인 반면 자기관리 리츠는 실체가 있는 회사로 상근 임직원을 두고 자산을 직접 투자해 운용하는 구조다. 기업구조조정 리츠는 명목형 회사면서 기업의 구조조정용으로 나온 부동산에 투자한다.

리츠의 투자대상은 오피스와 리테일이 전체의 83.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의 성과도 양호했고 투자방식도 다양화됐다.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변화도 이뤘다는 평가다.

상장된 회사 중 케이탑 리츠는 자기관리 리츠 중 최초로 배당을 실시했다. 액면가 기준으로 배당율은 12%에 달했다. 광희 리츠는 자기관리 리츠 가운데 처음으로 아파트 개발사업을 시도, 분양하고 있다. 리츠를 통해 아파트 개발사업을 진행하면 공사를 맡은 건설기업은 단순 시공만 담당할 수 있다. 이는 종전처럼 열악한 시행사의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건설업체가 개발사업 자금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지급보증을 서 부실을 떠안아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호텔 투자도 선보이고 있다. 씨엑스씨 기업구조조정 리츠는 여의도의 콘래드 호텔(434실), 제이알 제12호 기업구조조정 리츠는 신도림 디큐브씨티 호텔(269실)을 매입해 운용하고 있다. 현재 리츠는 호텔 1888실을 운용 중이며 306실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민주택기금 등 공공부문이 참여한 희망임대주택 리츠는 하우스푸어(상환능력에 견줘 과도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빚에 허덕이는)의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희망임대주택 리츠는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매입해 대출 상환을 돕고 해당 주택을 그대로 임차해 쓰도록 하면서 주거안정도 확보해주는 구조다.

희망임대주택 리츠는 1,2차에 거쳐 하우스푸어 아파트 897가구를 매입했고 매도자들이 주택담보대출 1508억원을 상환하도록 했다. 리츠는 매입한 아파트를 매도자에게 임대로 제공했다. 하우스푸어는 매각 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평균 상환액이 월 114만원이었고 매각 후 월 임대료 54만원을 내면서 실 주거비 부담이 월 60만원으로 낮아졌다.

◇리츠 규제완화 추진…전면적 개선도 검토국토부는 리츠의 투자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국토부는 리츠의 근거법인 부동산투자회사법을 2012년 12월 개정하면서 위탁관리 리츠의 1인당 주식소유한도를 30%에서 40%로 확대했고 최저자본금을 확보한 이후부터 현물출자를 자율화하는 등 각종 투자규제를 합리화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소방공제회·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을 주식의 공모의무와 1인당 주식소유한도 예외기관으로 추가했다. 리츠는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일반투자자에게 청약해야 하는 주식공모의무가 있으며 1인당 주식소유한도의 경우 자기관리 리츠는 30%, 위탁관리 리츠는 40% 각각 제한을 둔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22개 연기금과 공제회는 이같은 주식규제 적용을 배제해 투자의 유연성을 높였다. 큰손의 자금을 리츠로 유도하려는 취지다.

또 리츠의 임대주택 투자 활성화를 위해 임대주택 리츠에 대해선 주식의 공모의무와 1인당 주식소유한도를 적용을 예외로 뒀다.

올 1월17일 부동산투자회사법과 시행령 개정을 시행하면서 자기관리 리츠의 주요출자자(주식의 5%를 초고해 보유)에 대한 적격성 심사제도 도입 등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조합이나 자회사·손자회사 등 다양한 형태를 활용한 투자방식을 허용했다.

모자(母子)형 리츠의 경우 모(母)리츠가 다른 자(子)리츠의 주식을 50% 넘게 투자하면 공모의무와 1인당 주식소유한도 적용을 배제해 실효성을 높였다.

국토부는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리츠·자산관리회사·자산보관기관·사무수탁사·투자자문회사 등 90개 회사에 대한 검사를 통해 인가·등록 취소 4개사, 과태료 12건 부과 등 행정처분을 실시해 금융 사고나 투자자 피해 없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시장 확대에 따라 리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투자자에게도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리츠 정보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상일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은 "올해도 리츠의 투자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리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철저한 사후검사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인가제를 허가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현재처럼 리츠의 투자대상을 사전점검을 받은 뒤 인가를 받으려면 보통 1개월에서 많게는 2개월까지 걸려 시장에 나온 투자대상을 매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리츠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매력이 높은 부동산은 시장에 나오기 무섭게 팔리는데, 리츠는 인가를 받는데만 한 달 이상 걸려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펀드의 경우 등록제여서 1주일만에 설립이 끝나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법인 성격이 아닌 위탁관리 리츠에 대해서라도 등록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그는 "리츠가 궁극적으로 활성화되려면 기관투자자 중심의 사모방식을 벗어나 일반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공개(IPO)가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현재 리츠의 상장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추가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yj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