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워크아웃 신청…건설업계 후폭풍우려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경남기업은 기업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29일 밝혔다. 채권단은 30일 전체 회의를 열고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동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워크아웃에 동의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결정은 무난할 전망이다.

경남기업은 주택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던 중 외부로부터 자금조달 창구가 사실상 막히면서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경남기업이 올해 만기를 맞는 차입금은 단기차입금과 B2B대출을 합쳐 총 2650억원. 이 중 이달까지 500여억원의 대출을 갚아야 했다.

차입금 상환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워크아웃 신청에 결정타로 작용한 건 신용등급 강등이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2일 경남기업이 121억원 규모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대출)을 연체하는 등 자금흐름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내리고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 추가 강등 여지를 열어놨다. 기업어음의 신용등급도 A3-에서 B+로 내렸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내려가면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발주처는 시공업체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내려가면 공사 기성금을 하청업체에 직접 지급하게 된다"며 "발주처로부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므로 유동성에 심각한 위기가 왔다"고 설명했다 .

또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던 조치들도 무산됐다. 이 관계자는 "공사 현장을 담보로 ABL(자산유동화대출)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신용도 추락으로 어렵게됐고 P-CBO(프라이머리담보부증권)도 추가 발행할 여지가 있었으나 신용등급 하락으로 한도가 내려가 불가능해지면서 자금 마련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경남기업은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1년 5월 졸업했으나 해외사업 부실과 실적 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거듭해야 했다.

경남기업은 2012년 베트남 '랜드마크72' 개발사업을 위해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상환 압박으로 자금난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채권은행과 PF대주단 사이 지원 여부의 책임 분담을 놓고 협의에 난항을 겪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바 있다.

당시 PF대주단인 우리은행이 긴급 지원자금을 지원하면서 구사일생했으나 이후에도 자산매각을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등 자구노력에 실패했다. 무리한 해외사업과 주택경기 침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진의 과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랜드마크72의 자산은 9000억원 정도이며 조속히 매각해서 차입금을 갚고 운영자금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신용분석 관계자는 "경남기업은 지난해 이미 유동성 위기의 불씨가 됐던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을 빨리 매각하지 못하고 끌어오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며 "동양그룹 부실 사태 이후 가뜩이나 어려웠던 건설업계의 외부자금 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확산될 수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올 6월말 현재 경남기업은 연결재무상태표상 1조4900억원의 차입금을 안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9일 "공식적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신한은행의 경우 경남기업 워크아웃에 동의할 예정"이라며 "30일로 예정된 채권단 회의를 통해 워크아웃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byj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