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용' 개각 청문회도 못하고 '삐걱'…靑 인사검증 라인 책임론 고개

용혜인 지명 2주만에 사퇴…여론 악화하자 與지도부가 직접 정리
李정부 출범 후 네 번째 낙마…野 공세에 김승원 청문회도 부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6.9.13 ⓒ 뉴스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임윤지 기자 =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용 후보자는 의원 겸직, 가족 정당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지만 여론의 뭇매가 거세지자 인사청문회도 거치기 전에 여권의 압박에 등 떠밀려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네 번째 장관 후보자 낙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쇄신용으로 꺼내든 인사 카드가 되레 악재만 불러온 꼴이 됐다. 여권에서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전날(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저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 내려놓고자 한다"며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후보자로 지명된지 2주 만이다.

용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용 후보자는 3일 전(지난 10일)까지만 해도 34분 간의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며 청문회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정면돌파 의지가 꺾인 배경에는 용 후보자의 말대로 여권의 강한 압박이 있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비서실장인 김태선 의원을 통해 용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에게 청문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추석을 앞두고 개각이 여론 악화의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르자 여권 내에서 선제적으로 사태를 일단락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하기에는 국정 부담이 크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개각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8%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24%), 인사(16%)가 꼽혔다.

일단 청와대는 용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용 후보자 사퇴 이후 입장을 내고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11 ⓒ 뉴스1 김민지 기자
李정부 네 번째 낙마, 김승원도 위태…"종합적 검증했으면 거를 수 있었다"

용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이재명 정부에서 낙마한 장관 후보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자진사퇴했고,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했다.

'통합 인사'였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은 부정 청약 의혹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낙마했다. 앞선 세 명의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용 후보자는 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그만큼 이번 인사가 국정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는 방증이다.

용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이 대통령이 부담을 덜었지만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나머지 개각 인사들도 야권의 공세를 받고 있어 청문회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후보자의 경우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및 주가 조작 의혹 등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정치적인 부담을 안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꺼내든 쇄신용 개각 카드가 '여론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여권 내에서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청와대는 인사수석실을 신설하는 등 인사시스템 개편에 나섰지만 이번 개각에서도 후보자들의 의혹들을 사전에 검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2기 개각으로 지명된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진작에 폭 넓고 종합적으로 검증했으면 거를 수 있었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용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가 청년층의 점수를 따려고 했다가 점수를 되레 잃었다. 정무적으로 여론이 나빠질지 몰랐을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왜 호미로 막을 걸 불도저로 막는 민주당이 됐는가"라며 "이번에 추천된 일곱 후보자 중 일부는 부동산 등 비교적 검증이 용이한 부분까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모든 비난이 대통령께 향하게 한다면 이는 인사 라인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야권도 인사라인 문책론에 가세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북에 "이 모든 인사 참사의 근본적인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야합과 보은에 눈이 멀어 최소한의 검증 시스템조차 팽개치고, 이런 자격 미달·비리 혐의자들을 버젓이 내각 후보로 올린 인사 검증 라인은 총사퇴해야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 의원의 글을 공유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9.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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