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 재점화한 '일베 폐쇄'…文정부 땐 '법적 장벽'에 막혀

노무현 추도식 조롱 논란…'일베 사이트 폐쇄' 국무회의 논의 전망
2018년 靑도 검토했지만 무산…방통위 기준·대법원 판례가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6.5.24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극우 성향 온라인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 폐쇄 검토를 지시한 것은 최근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처럼 우리 사회의 조롱과 혐오를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사이트 폐쇄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일베 폐쇄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제기돼 청와대가 검토에 나섰지만, 결국 폐쇄로 이어지진 않았다.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관련 사안을 검토했던 김형연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이트 폐쇄 기준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도 불가피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李 "일베 같은 사이트 폐쇄, 국무회의 검토"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24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일베처럼 조롱, 혐오를 방치 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 배상, 과징금 등의 조치를 허용하는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무회의에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서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이 조롱성 행위를 했다는 언론 보도를 함께 공유했다.

그는 또 "일베처럼 조롱·모욕으로 사회분열 갈등을 조장하는 데 대해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처벌을 포함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병존한다"면서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일베는 2010년 개설된 인터넷 커뮤니티로, 국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의 인기 게시물을 모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다만 극우 성향의 남성 중심 커뮤니티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시물 등으로 수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처
文 정부도 검토했지만 무산

일베 폐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베 폐쇄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한 달 만에 참여 인원이 23만 명을 넘어서면서 청와대가 공식 답변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당시 사안을 검토했던 김형연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법률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이트 게시물의 70% 이상이 불법 정보로 판단될 경우 폐쇄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인물이나 도박 사이트와 달리 일베는 전체 게시물의 상당수를 불법 정보로 규정하기 어려워 폐쇄 기준을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2015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웹사이트 폐쇄 여부를 판단할 때는 운영자의 '사이트 개설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일베의 경우 혐오 표현 유포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이트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였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설령 방통위가 대통령의 뜻에 따라 폐쇄 조치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법률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법원에 의해서 취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판례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실질적인 폐쇄를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표현의 자유' 논란도…여야 공방 확산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역시 변수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한 것도 과거 제기됐던 법적·사회적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변호사는 명예 훼손이나 모욕 정보는 '개별 게시물 대응'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트 전체 폐쇄는 이러한 원칙을 넘어서는 강한 제재인 만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정치권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일베' 사이트 폐쇄 언급과 관련해서도 "주한미군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진연은? 김정은 칭송 뉴스 빼곡히 싣고 있는 자주시보는?"이라고 반문하며 "북한 찬양 사이트들만 누리는 표현의 자유"라고 지적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