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민배당금 구상, AI 3대 강국을 위한 당연한 질문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격변의 시대에 가장 큰 위험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어제의 논리로 행동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쉽게 말해, 새 세상엔 새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쏘아 올린 국민배당금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초과세수→초과이윤 해석 논란, 코스피 급락, 정치권 공방 등 예상보다 큰 파장이 이어진 탓이다. 국민배당금은 인공지능(AI) 호황이 가져다줄 역대급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자는 구상이다.
물론 타이밍과 전달 방식에서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고, 6·3 지방선거를 불과 보름 앞둔 시점,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로 민감한 화두를 던진 것이 적절했느냐다. 그러나 논란과는 별개로 우리가 논의를 해야할 주제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산업 혁명, IT 혁명, AI 혁명 속 '돈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산업 혁명 시기에는 공장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생산성 향상이 노동자들의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IT 혁명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등장과 함께 개발자, 긱워커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물론 노동 착취 또는 불평등 같은 문제도 생겼지만, 적어도 성장의 과실이 일정 부분 노동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AI 시대는 돈이 흐르는 방식 자체가 다를 수 있다.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높아지는데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직 AI 시대 초입인데도 이미 일자리를 잃거나, 머지 않아 잃게 될 것이라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 않은가. 성장의 과실이 노동 시장에 돌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AI와 분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이건 한국만의 고민도 아니다. '알파고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는 "부의 재분배를 고민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샘 알트만 오픈 AI 대표는 "AI가 바꾸는 자본주의는 부의 재분배가 핵심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은 'AI 세계 3대 강국'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한국을 글로벌 AI 협력 허브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AI 강국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이라면, AI가 만들어낼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질문을 누군가는 던져야 했다.
국민배당금 구상은 기업에서 돈을 더 걷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AI 호황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는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묻는 것이다. 미래 산업에 재투자할지, 국가 부채를 줄일지, 만약 국민에게 돌려준다면 어떤 계층에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 원칙을 세우자는 의미다. 우리 월급도, 정부 세수도 기준 없는 지출은 결국 낭비로 이어지기 쉽다.
"격변의 시대에 가장 큰 위험은 어제의 논리로 행동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정치권에서는 곧장 공산주의·반시장 논란이 불거졌다. 보수는 성장, 진보는 분배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다. AI 격변기 속 필요한 논의는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또다시 낡은 이념 공방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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