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조작기소 특검법' 우려 분출에 사실상 속도조절 주문
야권·법조계 이어 여권까지 특검법 추진 우려 나와
지방선거 이후 특검법 처리할 듯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작기소(공소취소) 특검법'에 관해 '국민 의견수렴'과 '숙의 과정'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속도조절론에 무게를 실었다. 최근 해당 법안에 담긴 '공소취소 조항'과 관련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6·3 지방선거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대통령이 직접 '속도 조절'을 당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와 관련해 "구체적 시기나 절차 등에 대해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조작기소 특검법(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달 30일 민주당 주도로 발의한 법안이다.
특검법은 최대 350여 명 규모로 쌍방울 대북 송금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 12가지 사건에 대한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 수사의 위법성 유무를 수사하는 것이다.
쟁점이던 이 대통령 사건과 관련한 공소취소 권한은 특검법 8조7항에 '특검은 수사 대상 사건을 이첩 받아 공소유지(공소유지 여부 결정 포함) 업무를 수행한다'로 사실상 반영됐다. 공소유지 여부 결정이 공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달 중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되며, 특검 임명권도 대통령에게 있다.
그간 청와대는 특검법에 이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연루된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을 특검에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채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다.
이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범보수 야권은 6월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법치 내란'이라며 민주당의 특검법 추진에 집중포화를 퍼붓는 등 선거 쟁점화하는 데 집중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양향자 경기도지사 후보와 개혁신당 조응천 경기지사 후보,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 등 야권의 수도권 광역단체장도 이날 긴급 회동을 갖고 "범죄 삭제 특검"이라며 공동 투쟁을 선언했다.
보수 야권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민주당의 특검법 추진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자, 여권 내부에서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검법 추진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됐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전날 열린 대구시장 필승 전진대회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여러분이 정국 전체를 보기 때문에 쉽게 던지는 말 한마디, 여러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 하나, 여기서 고생하면서 뛰고 있는 동지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신중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고 사실상 특검법 추진에 대한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특검법 추진에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이같은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특검법 추진이 보수 결집의 계기로 작용할 경우 국정운영 동력은 물론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는 조작기소 특검법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홍 수석은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통해 당시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에 의해 자행된 불법 행위와 부당한 수사 등이 상당 부분 밝혀졌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특별수사 검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국조나 특검은 당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공소 취소 문제에 대해 "그건 드릴 말씀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검법 처리는 국민적 의견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지방선거 이후에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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