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원유 도입도 어렵다…靑, '에너지 쇼크' 속 트럼프 연설 주목

정부, 원유 위기경보 '경계' 격상…靑 "러시아 원유 도입 쉽지 않다"
트럼프 대국민 연설 주목…李 대통령 에너지 확보 총력 대응 지시

이란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자 오만 무스카트항 인근에 루오지아산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청와대가 중동전쟁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가능성을 수차례 시사했지만 세계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되지 않는 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 있어 대체 공급선을 찾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또 한국시간으로 2일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중동 전쟁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2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1일) 청와대에서 비상경제점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쟁 영향이 예상되는 모든 품목을 선제적으로 식별, 목록화하고 일별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 이상 징후들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해외 대체 공급선을 적극 발굴할 것도 주문했다. 중동전쟁으로 물류 수송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에 타격이 발생하자 총력 대응에 나선 것이다.

중동 전쟁이 5주차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도 위기에 직면했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오전 0시부로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하고 에너지 수요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된 건 관련법인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국내 원유 도입 및 재고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행정부가 이미 선적돼 해상에 있는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국내 도입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러시아산 원유는 제한적인 조건 하에서만 (도입이) 가능한 건데 이미 행선지가 정해진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현실적으로 국내 도입이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 ⓒ 뉴스1 허경 기자
트럼프 오늘 대국민 연설…종전 가능성에도 호르무즈 리스크 여전

청와대는 일단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1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이날 오전 10시) 이란 전쟁에 관한 최신 상황을 대중에게 알리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이란과의 전쟁에 대한 휴전이나 종전 가능성을 시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앞둔 1일 오전(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전임자들보다 훨씬 덜 급진적이고 훨씬 더 지적인 이란의 새로운 정권 대통령(New Regime President)이 방금 미국에 휴전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자유롭고, (위험이) 제거될 때 우리는 (휴전 요청을) 고려할 것"이라면서 "그때까지 우리는 이란을 완전히 초토화하거나, 흔히 말하는 석기시대로 되돌려보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종전 가능성을 시사하더라도 에너지 수급 차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의 키를 이란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요청' 주장에 "거짓이고 근거없다"고 부인하면서 "침략자(미국·이스라엘)가 징벌받고 이란에 전액 배상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우리는 곧 철수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우리 소관이 아니다. 그들(해협 의존 국가)이 직접 그곳으로 가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종전을 공식화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해소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쟁 과정에서 주요 걸프국의 에너지 생산 인프라가 상당히 손상됐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에너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해외 대체 공급선 발굴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여 있는 우리나라 국적 선박 26척에 대해 "선사들이 원할 경우 홍해를 통해서라도 원유를 운송해 올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와 외교부가 서로 협의해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에너지 수요 통제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차량 5부제를 강화하는 등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회의에서 "위기 속에 협력과 연대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자산이 된다"며 "그런 만큼 모든 경제 주체가 한 걸음씩만 더 함께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