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판결 하나에 나라가 둘로 갈라지는 사회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판결이 선고되는 순간은 짧다. 그러나 그 몇 분 사이에 세상은 이미 둘로 나뉘어 있다. 기자가 되고 나서, 점점 더 심하게 사회가 갈라지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영장심사 결과가 나왔던 날, 법원 앞은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이어진 공직선거법 판결 때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와 내란 혐의 1심 판단 때도 비슷했다. 주문이 읽히자마자 휴대전화가 일제히 울렸고, 같은 장면을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이 쏟아졌다.
사건은 달랐지만, 판결 직후의 풍경은 닮아 있었다. 누군가는 "상식적인 결과"라고 했고, 누군가는 "사법부가 정치를 했다"고 말했다. 기사에 담을 문장을 정리하면서도,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감정인지 구분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중간 지점은 빠르게 사라졌다.
예전에도 반발은 있었다. 다만 최소한 형식적 존중이라도 있었다. 뉴스에는 "존중하지만 상급심에서 다투겠다"는 말이 관용구처럼 따라붙었다. 결과에 대해 불복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제도 자체에 대해선 신뢰와 존중을 분명히 드러내는 문장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 문장을 듣기 어려워졌다. 판결문이 공개되기도 전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발언이 먼저 나온다. 판사의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과거 판결과 이력이 쇼츠로 재편집돼 떠돈다. 판결의 논리보다 판결을 내린 사람의 배경이 더 빠르게 소비된다.
이 변화는 비공식 자리에서 더 또렷하다. 취재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판결 법리에 대한 평가와 비판 대신, 돌아오는 말은 대개 이런 식이다. "그 판사, 누구와 가깝다더라", "예전부터 독특하기로 유명했다", "그 검사는 원래 성향이 그래" 등 확인되지 않은 평판이 해당 판사가 그 판결을 내린 이유가 된다.
판단이 기대와 다를 때마다 제도 자체를 향한 공격도 거세진다. 담당 판사나 재판부가 작성한 판결문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채 탄핵과 책임론, 제도 손질 주장부터 거론한다.
물론 사법부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판결 하나가 나올 때마다 기관 전체를 흔드는 언어가 반복된다면, 다음 판단은 어떤 분위기 속에서 내려질지 걱정하게 된다.
판결이 나라를 둘로 가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판결이 나오자마자 상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이 균열을 넓힌다.
현장에서 마주한 건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정치의 언어였다. 정치의 지향점은 우리 사회의 균열을 넓히는 게 아닌 조화와 통합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주문이 끝난 뒤 최소한 판결문을 한 번은 읽고, 상급심이라는 다음 절차를 기다려보는 것, 그 기본적인 순서를 지키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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