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제안 뿌리친 野…李대통령 '입법 속도전' 요원

국힘, 李대통령 오찬 회동 불참 통보…본회의 보이콧에 민생법안 차질
대미투자·행정통합 특별법 난관…李대통령 "개정 전 하위법령으로 시행"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한국노총 정책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12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설 명절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협치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지만 국민의힘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정국이 경색됐다. 대미투자특별법과 행정통합특별법을 비롯한 민생 법안이 산적해 있지만 여야가 대립하면서 이 대통령이 주문한 '입법 속도전'도 요원해졌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12일)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일 불참을 통보하면서 취소됐다.

장 대표는 지난 11일 재판소원제 도입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찬 회동에 불참했다. 이 대통령이 올해 제안한 여야 지도부 오찬을 두 차례나 보이콧 한 것.

이 대통령은 양당 대표와 만나 민생 입법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고 국정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여야 협치 구상이 깨지면서 민생 법안 입법도 난관에 부딪혔다.

당장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여야는 본회의에서 기 합의한 81건의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사하면서 63건의 법안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조치를 위한 대미투자특별법 논의도 지연됐다.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는 전날 첫 회의를 열었으나 30분만에 정회된 뒤 파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문제 삼으며 관세 인상을 압박하고 있지만 조속한 입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남·광주, 대구·경북, 충남·대전의 각 행정통합특별법안도 야당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여당 주도로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서 의결됐다.

청와대는 여야 협치의 물꼬를 트기 위해 국민의힘 측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들어 두 차례나 국민의힘이 오찬 회동을 일방적으로 불참하면서 여야 지도부와의 만남이 당분간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장 대표가 오찬 회동 불참을 통보한 것에 대해 "국회 상황과 연계해 대통령과 약속된 일정을 취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마치 국회 상황을 대통령실과 연계해 설명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여야 대치 상황이 심화하자 이 대통령은 시행령 개정 등으로 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포괄임금제 개선 방안을 보고 받고 "이미 노사정이 법제화하기로 합의해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개정 전이라도 하위 법령이나 지침 등을 통해 시행 가능한 건 먼저 시행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