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수순' 들어선 美 관세 압박…한미 안보협상까지 불똥 우려
靑 "관보 게재 막아보려 하지만 안 될 가능성"…김정관, 진전 없이 귀국
"정황 있었지만 대응 안 돼" 내부 지적…"다른 분야 협상 영향 배제 못해"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절차에 착수했고, 정부가 미 행정부 설득에 나섰지만 사태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미 행정부의 관세 인상 조치가 현재 진행 중인 안보 후속 협상 등 다른 사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돼 청와대와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정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한 뒤 급하게 미국으로 향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귀국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기자들과 만나 한미 관세 협의에 대해 "상호 간 이해가 굉장히 깊어졌다. 불필요한 오해는 해소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이 이미 관보 게재 준비 등 관세 인상 조치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지연된 배경을 미국 측에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관세 및 자동차 등 품목 관세 재인상에 대한 실무 조치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 장관의 바통을 이어 받아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방미 길에 올랐지만 이같은 분위기를 바꾸기는 역부족이란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관보 게재는 기본적 절차"라며 "게재를 막아보려고 하는데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관보 게재와 동시에 관세 인상이 발효되는지, 수주 정도의 준비 기간을 둘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큰 의미는 없다. 게재되는 시점에 관세가 인상된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국 측의 관세 인상 관보 게재에 대응해 2월 임시국회 회기(2월 말~3월 초) 중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한 노력 끝에 미국 측과 극적으로 관세 협상을 타결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25% 관세 재부과를 시사하면서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가 철회한 사례는 자주 있었지만 관세 인하를 합의한 후 다시 인상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미 간 신뢰에 금이 간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온다.
정부 내부에서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후속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측의 조인트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이행 압박이 지속적으로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긴장이 올라가고 있다는 정황은 있었다"며 "그럼에도 대응을 위한 논의를 하기 위한 분위기 형성이 안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지난달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정부의 플랫폼 규제 등에 대한 한미 합의 사항을 이행하라는 내용이었지만 이 또한 관세 재인상을 시사하는 미국 측의 압박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재부과 조치가 한미 양국 간 진행 중인 안보 협상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양국은 안보 분야 조인트팩트시트에 따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재처리, 국방비 증액 등을 위한 실무 협의 절차에 나섰는데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대화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재인상은 예사로운 사안은 아니다"라며 "안보 등 다른 분야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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