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청약·입시 의혹' 국민 검증 못 넘어…李대통령, 통합 의지 '계속'

李대통령, 청문회 이틀만 지명철회 결정…"인사권자로서 책임 다한 것"
"후속 인사도 통합 기조로 찾을 것…도덕성 문제 종합적 고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홍익표 정무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혜훈 장관 후보자. (뉴스1 DB) 2026.1.25/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국민통합'을 기치로 보수 진영 인사를 영입하는 '파격'을 선보였지만 이 후보자의 '부정 청약', '입시 특혜' 의혹은 국민 검증대를 넘지 못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통합 의지를 이어가기 위해 새 후보자도 보수 진영 내에서 물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청문회와 그 이후의 국민적 평가를 유심히 살펴봤다"며 "숙고와 고심 끝에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명 28일 만, 인사청문회 이틀 만에 대통령이 인사 결정을 철회한 것이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1회국회(임시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2026.1.23/뉴스1 ⓒ News1 국회사진기자단
지명 직후 터져 나온 의혹 더미…부정청약·입시가 결정적

기획예산처는 이재명 정부 들어 새롭게 출범한 조직이란 점에서 초대 장관 후보자를 보수 진영 인사로 지명한 건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부정 청약 의혹, 자녀 입시 특혜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후보자의 장남이 혼인 상태임에도 미혼으로 속여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 당첨된 사실이 불거졌다. 연세대학교에 사회 기여자 전형으로 입학하는 과정에서 외할아버지의 경력을 활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야권의 비판 속에서도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소명까지는 들어보자'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청문회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도 "대세를 바꾸긴 어려울 것 같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를 마치고 청와대에 '부적격'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부정 청약과 입시 특혜 의혹이 국민이 볼 때는 제일 클 것"이라며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도 해명을 정확히 못했다. 당에서도 이미 당일에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이같은 당내 의견을 듣고 이날 오전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결정했다. 애초 여야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논의를 지켜보고 26일 이 후보자의 거취를 결정할 거란 관측이 우세했는데 한박자 빨리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

인사 실패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음에도 직접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중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에게도 지명철회 소식을 이날 전달했다고 한다.

홍 정무수석은 "(이 후보자가) 국민적 눈높이와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장관 취임까지 이뤄지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후보자를 임명할 때도 보수 진영의 분을 모셔 왔기 때문에 지명 철회까지도 인사권자로서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익표 정무수석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 정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청문회와 그 이후의 국민적 평가를 유심히 살펴봤다"며 "숙고와 고심 끝에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026.1.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상대진영 인사 검증 '한계'…그럼에도 통합 인사?

이 대통령의 '통합 인사'가 좌초되면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제도의 한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제도만으로는 상대 진영 인사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는 토로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 "제도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갑질 문항이 있는데 '그런 적 없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며 "우리 쪽에 있는 사람은 세평 듣기가 쉬운데 상대 쪽에 있던 사람이니까 세평 듣기도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검증도 문제가 있다. 결론적으로 부족하다"라며 "보좌관 갑질을 했는지 안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나. 그쪽 진영에서 공천을 무려 다섯 번 받아서 세 번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아무런 문제 제기가 되지 않은 분"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자기들끼리 아는 정보를 가지고 영화 대부에서 나오는 배신자 처단하듯, 우리로서는 알기 어렵다"라며 "이 후보자 문제는 이렇게 극렬하게 저항에 부딪힐 줄 몰랐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포함한 차기 내각 인사에서도 통합 인사를 지속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는 통합 기조로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더 찾을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 정무수석은 이날 "특정 진영, 한쪽에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각층, 전문성을 가진 분을 폭 넓게 쓰겠다는 대통령의 통합 의지는 계속 유지된다"고 밝혔다. 다만 "원론적 입장"이라며 "기획예산처 장관을 정해놓고 보수 진영 인사로 모시겠다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속 인선과 관련해 "도덕성 문제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최대한 빨리하겠다"고 전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