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경제 '성과' 한한령·서해구조물 '진전' 北·핵잠 '유보'
경제·산업·금융 제분야 교류협력 확대 공감…"좋은 이웃 귀해"
한한령·서해구조물 해법 물꼬…핵잠·북미일 입장차 상호 존중
- 심언기 기자, 한재준 기자, 한병찬 기자
(베이징=뉴스1) 심언기 한재준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새해 첫 정상외교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진전의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관심을 모은 서해 구조물 문제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여부 사안에선 후속 논의를 기약하면서도 양국이 긍정적 공감대 형성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핵 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추진과 한반도 평화, 북한과의 대화·교류 재개 등 민감 사안은 한중 양국이 원론적 입장을 교환하며 깊이 있는 논의는 추후 과제로 남겨뒀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5일 오후 공식환영식을 시작으로 정상회담과 MOU 서명식, 국빈만찬으로 이어지는 올해 첫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양국 정상은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에 공감하며 제반 분야 협력, 특히 경제·산업 분야에서 협력 확대에 의견이 일치했다.
양 정상은 1시간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90여 분간 정상회담장에 마주 앉아 양국 현안 전반에 관해 폭넓은 논의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14건의 MOU 체결과 중국 청대석사자상 기증 서명식 등 실질 성과를 도출해냈고, 양국 민간 기업들도 비즈니스 포럼 계기 32건의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양국은 제조업은 물론 △식품 △패션 △관광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소비재·서비스 분야, △문화·콘텐츠 △석유화학 △ 에너지 △금융 등 전통산업, △전기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ICT 등 첨단산업 등 경제·산업 전반에 걸쳐 실질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데 뜻을 모았다.
한중은 과거 한국의 중간재 공급, 중국의 최종재 수출의 분업적 협력 구조에서 탈피해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 서로의 장점을 결합한 공동 프로젝트로 제3국에 함께 진출하는 새로운 모델로의 전환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 밖에 양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연장에 이어 금융사간 네트워크를 통해 원화와 위안화의 국제화를 상호 촉진하는 협력 방안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 대통령은 '좋은 이웃은 천만금을 주고서라도 얻을 만큼 귀하다. 친구를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찾자'고 강조했다"면서 "경제 분야는 중국 쪽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할 수 있는 배려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껄끄럽게 여겨온 한한령과 서해 구조물 문제의 매듭을 풀어낼 실마리를 찾아냈다는 평가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측 모두가 수용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점진적·단계적으로 문화·콘텐츠 교류를 확대해 나가자는 공감대 하에서 세부 사항에 대한 협의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 모두 문화·콘텐츠 교류 확대 '진전'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한한령 해제를 우회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양측 모두가 수용 가능한 분야' '점진적·단계적 교류 확대'라는 단서조항을 달면서 즉각적·전면적 한한령 해제 관측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여전히 중국 입장은 한한령 존재 자체를 시인하는 건 아니다"라며 "오늘 대화 중에 약간 가볍게 우스갯소리처럼 '그게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대화도 있었다. 한한령이 어떻게 되냐를 점치긴 어렵고, 서로 실무협의를 통해 점진적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서해 구조물 문제도 즉각적 해법 도출에 이르진 못했지만 해법 모색에 양극 모두 적극적이었다.
위 실장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서해를 평화롭고 공영하는 바다로 만든다는 게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서해는 현재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자제와 책임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공감대 하에 2026년 내에 차관급 해상해양경제획정 공식회담을 개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법 조업 문제 관련해서도 어민계도 및 단속 강화 등 서해 조업 질서를 당부했고, 이를 위한 소통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협력에 있어선 큰 틀의 방향성엔 동의하면서도, 한중 간 입장차를 상호 확인하며 탐색전으로 봉합했다는 평가다.
위 실장은 "한반도 평화 안정이 한중 양국 공동 이익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 수행 의지를 확인했다"며 "양국은 북한과 대화 재개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창의적 방안들을 지속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리 측은 핵잠 도입 추진에 대한 중국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북한이 핵무기 탑재 핵잠 건조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방어적 성격의 핵잠 도입이란 점을 설명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리 측의 적극적 설명에 대해 뚜렷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으며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우리 입장을 (중국에) 상세히 설명했고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라늄 농축 재처리 문제는 별 무리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일간 갈등 격화 속 시 주석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일본을 겨냥한 날선 발언을 내놓았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의 우방국 베네수엘라를 급습하는 등 급박하게 전개되는 국제정세에 관해서도 양국 정상이 상호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위 실장은 "지역 정세나 주요 국제 정세에 대한 언급들이 있었다. 서로 입장을 교환했다"며 "입장 개진이 있었고 그런 입장 중에는 완벽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립적이나 논쟁적이지 않았고 서로간 이해가 표시됐다"고 설명했다.
미·북·일 및 국제 정세를 둘러싼 사안들에 있어선 동맹과 평화 체제 구축에 관한 원론적 입장을 밝힌 이 대통령과 중국 측 입장을 개진한 시 주석이 각국이 처한 외교 상황을 상호 존중하며 일부 의견차를 인정하는 선에서 봉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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