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억지가 만든 '의대 증원' 참사…복지부 우려에도 年2000명 압박
감사원 '의대 증원 과정' 감사결과…초안 '年500명 증원'도 합리성 결여
보정심 시작 전 이미 언론 브리핑 공지…제대로 된 논의 없이 발표
- 한재준 기자,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김지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정원 연 2000명 증원안이 객관적 근거도 갖추지 않은 '정책 참사'로 드러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 정도론 불충분하다"는 발언으로 시작된 무리수가 5년간 2000명씩 총 1만 명을 늘리는 안으로 결론났다. 애초 보건복지부는 연간 500명씩 6년간 3000명을 증원하는 안을 제안한 뒤 계속 수정안을 냈지만 대통령실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근거로 쓰인 '부족 의사 수 추계'도 엉터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억지가 의정갈등과 이로 인한 의료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셈이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를 실시, 복지부가 증원 규모 결정 근거로 활용한 '2035년 부족 의사 수 추계'의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하고, 의료현안협의체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미흡했다고 결론 내렸다.
교육부가 대학 교육 여건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위원에 균형있게 포함하지 않고, 대학별 학생 수용역량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하거나 배정 기준을 일관성 없이 적용한 것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초안부터 주먹구구식이었다. 조규홍 전 복지부 장관은 지난 2023년 6월 2025~2030년 6년간 500명씩 총 3000명을 늘리는 안을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500명이란 숫자는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늘리는 증원안이 추진됐던 만큼 단순히 이보다 많은 연간 500명 증원안을 보고했다는 게 조 전 장관의 진술이다.
이같은 초안은 "그 정도로는 불충분하고 1000명 이상을 늘려야 한다"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수정을 거듭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복지부는 같은해 10월 2025~2027년까지 연간 1000명씩, 2028년 1942명 등 총 4942명을 증원하는 안을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필요한 만큼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조 전 장관에게 "2000명 일괄 증원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전 수석은 2035년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추계를 기반으로 이를 단순 나누기해 2000명이란 숫자를 제시했다.
복지부는 연간 2000명을 증원할 경우 의사 단체의 반발이 심할 것을 우려해 대통령실에 두 가지 안을 보고했다. 1안은 처음 2개년은 900명씩, 이후 2개년은 1600명씩, 마지막 1년은 2000명씩 총 7000명을 늘리는 안이었다. 2안은 이 전 수석이 제안한 5년간 2000명씩 총 1만 명 증원안이다.
복지부는 연간 네 자릿수 증원안을 낼 경우 큰 반발에 부딪힐 것을 우려해 1안을 끼워 넣었지만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단계적 증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은 1안을 첫 2개년간 900명씩 이후 3개년간 2000명씩 총 7800명을 늘리는 것으로 수정해 연간 2000명 증원안과 함께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또한 1안을 반대하면서 연간 2000명 증원안으로 결정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의료계 반발이 우려된다는 조 전 장관 보고에 윤 전 대통령은 "반발을 줄일 방안을 더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비서실장 주재 전략회의에서 2025년에 1700명만 증원하고 지역 의대가 신설되는 시기에 맞춰 300명을 추가 증원하는 안을 제안했다.
당시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전 수석은 2안(연간 2000명 증원) 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채 논의를 마무리했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이 전 수석은 "나중에 여러 상황에서 (증원 규모가)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고 큰 숫자로 나가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비서실장 주재 전략회의 이후 더이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의사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 조차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대통령실의 의중에 따라 지난해 2월 열린 보정심 회의에 연간 2000명 증원안을 상정했다.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공식 심의기구에 연 2000명 증원안이 논의된 건 이날이 처음이었으나 충분한 논의 없이 의결됐다. 복지부는 보정심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언론에 브리핑 공지를 한 상태였다.
한편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복지부에 향후 의대 정원 조정 추진 과정에서 '부족 의사 수 추계 문제점 분석 결과'를 참고하고 실질적 의견 수렴을 통한 심의를 하도록 통보했다.
교육부에는 향후 대학별 정원 배정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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