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남북대화 바늘구멍 뚫어야…尹정권 업보 풀려면 더 많은 노력"

"통일·안보 정략으로 망가뜨려…흡수통일, 충돌·비용 감당 못해"
"도발 제압 억지력 확보가 대전제…대화·설득하며 길 열어가야"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카이로 한 호텔에서 열린 이집트 동포·지상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앙카라(튀르키예)=뉴스1) 심언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남북 관계와 관련 "끊임 없이 노력해서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대화를 통한 관계개선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내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매우 적대적이고, 대결적 양상으로 바뀌었다"며 "아주 초보적인 신뢰조차도 없어서 아주 극단적인 발언 또 극단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군사분계선 기준으로 북한이 삼중 철조망을 치고 있다"며 "6·25 전쟁이 휴전으로 끝나고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안 하던 일인데 지난 윤석열 정권 당시에 북한으로 가는 철도 다 폭파하고, 북한으로 가는 도로 다 파내고 둔덕을 쌓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언제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까지 왔다. 일체 모든 연결선이 다 끊겼다. 일체 대화 접촉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상태"라며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해결할 길이 없다. 아무리 적대적인 국가 간이라도 비상연락망, 핫라인은 갖고 있는데 완전히 다 단절됐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이게 과연 대한민국의 국익에 바람직하냐, 전혀 아니지 않느냐"며 "통일 문제, 안보 문제, 국익에 관한 문제를 정략의 대상으로 삼아서 다 망가뜨린 정말 이해하기도 어렵고 용납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도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끊임 없이 우리의 선의를 전달하고, 의심하면 한번 얘기하는 것보다 두 번 얘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면서 "자꾸 피하면 쫓아다니면서 얘기도 하고 말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 다른 국가 간)관계 정상화를 우리가 지지한다, 우리와는 좀 늦더라도 전 세계와 교류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기적으로는 핵 동결하고 중기적으로는 감축하고 장기적으로 비핵화하자(는 것)"이라며 "(핵·미사일)중단 협상이라도 시작하자, 그걸 우리랑 못하면 미국하고 북한이라도 서로 먼저 하시라 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흡수통일 그런 얘기 왜 하나. 흡수해서 뭐 하느냐. 거기서 생겨나는 엄청난 충돌을 어떻게 하고, 엄청난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며 "책임도 못 지는 얘기를 정치인들이 쓸데없이 하느라 괜히 갈등만 격화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갑자기 통일 얘기하면서 '대박' 이렇게 얘기하니 '정말 쳐들어오는 거 아냐' 이래서 철조망 치고, 도로 끊고, 장벽 쌓고, 철도 끊고 그러잖느냐"며 "무인기 막 보내서 약 올리고, 그 얼마나 긴장되겠느냐. 이거는 일종의 업보"라고 했다.

이어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도 업보를 쌓은 거다. 그 업보를 줄이기 위해서 그 업보를 쌓은 노력 이상의 노력, 더 많은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포기하고 강경일변도 정책을 계속하면 더 나빠질 것"이라며 "이럴수록 인내심을 갖고 도발을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국방력, 억지력을 확보하는 대전제의 기반 위에서 소통하고 대화하고 설득하고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