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카이로서 '한반도 비핵화' 재천명…"평화공존 새 시대 열 것"

"단계적·실용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추진…북미 관계정상화 지원"
"한-이집트, 함께 손잡고 희망과 가능성을 선사할 평화의 여정"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아부다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카이로=뉴스1) 한병찬 심언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남북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집트 카이로대학교에서 연설을 통해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와 한국은 8000㎞ 이상 떨어진 먼 나라지만 평화에 대한 오랜 열망의 역사 앞에서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한국인들과 이집트인들은 지정학적 운명에 순응하며 주어진 평화를 누리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불굴의 의지로 고뇌하고 인내하며 누구보다 절실한 각오로 평화의 새 역사를 써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1919년 '3·1운동'과 같은 해 이집트에서 영국의 통치에 반발해 일어난 독립운동을 거론하며 "자주독립과 자유, 평등의 정신 앞에 한국과 이집트의 시민들이 서로 연결돼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을 언급하며 평화를 지켜내는 데에는 "지도자의 의지와 결단이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사다트 전 대통령은 '아랍의 배신자'란 비난까지 각오한 채 목숨 걸고 이스라엘을 방문해 '전쟁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평화 속에서 살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며 "두려움 없이 미래 세대를 선택한 사다트 전 대통령의 결단은 중동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고 이집트-이스라엘 간의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역시 2년간의 가자지구 사태 속에서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중재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주재한 샴엘쉐이크 평화 회담의 소중한 결실로 피어났고 가자 지구 휴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길도 다르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대통령들은 금단의 선을 넘으며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개척해 냈다"며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알시시 대통령은 이미 저의 노력과 구상에 관해 확고한 지지를 보여줬다"며 "고난의 역사를 견뎌온 한국과 이집트가 국제사회와 함께 손잡고 분쟁으로 고통받는 인류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선사할 평화의 여정,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찬 여러분의 미래"라고 말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