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李대통령 "韓운명 좌우할 팩트시트…소홀히 할 수 없었다"

발표 지연 이유 묻자 "미세한 분야까지 치열한 논쟁 있어"
"정말 어려웠던 건 빨리 합의하란 정치권 내부 압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한재준 이기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지연된 것에 관련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 사안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관련 브리핑을 통해 "그런 세부 내용 정리, 아주 미세한 분야까지 (한미 간)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이미 정상회의 때 대체적인 내용이 확정됐다는 것이면서도 실제적인 세부 문안 작성에 있어서는 매우 여러 가지 다른 의견들을 제시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께서 대체로 짐작하시는 것처럼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 또 핵추진잠수함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에 대한 소회와 관련해 "정말로 어려웠던 것은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 국내에서 정치적 입장이 조금 다르더라도 국익과 국민을 위해서 합리적 목소리를 내주면 좋은데 '빨리 합의해라' '빨리하지 못하는 게 무능한 것이다' '상대방의 요구를 빨리 들어줘라' 하는 압박을 내부에서 가하는 상황이 참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다음은 이재명 대통령의 일문일답.

-팩트시트 발표가 다소 지연된 이유는 무엇인가. 팩트시트 조율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큰 쟁점이었고 어떤 부분을 가장 염두에 두셨나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이미 정상회의 때 대체적인 내용이 확정됐다는 것이면서도 실제적인 세부 문안 작성에 있어서는 매우 여러 가지 다른 의견들을 제시해 왔다. 우리 역시도 이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 사안 하나 이렇게 소홀히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세부 내용 정리, 아주 미세한 분야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그리고 여러분께서 대체로 짐작하시는 것처럼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 또 핵추진잠수함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든다.

-이번에 팩트시트 발표를 대통령께서 직접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또 이번에 관세·안보 팩트시트 관련 소회도 한 말씀 부탁드린다.

▶외교 사안에 대해서 아주 내밀한, 또는 이면에 있었던 과정의 이야기를 자세히 하는 것은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게 마치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정말 중요한 사안임에도 이게 우리의 의사가 제대로, 또 합리적 이성적으로 관찰되기보다는 일종의 힘의 관계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겠나. 그래서 혹시, 혹여 대한민국의 국익이나 국민의 삶보다는 국제적인 역관계에 밀려서 우리의 국익을 훼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 많았다. 저로서도 이게 추상적인 문헌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개인적 이해관계나 정치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가자는 의견도 적지는 않았다. 그리고 정말로 어려웠던 것은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정치적 입장이 좀 다르더라도 국익과 국민들을 위해서 합리적 목소리를 내주면 좋은데, 빨리 합의해라, 빨리하지 못하는 게 무능한 거다, 상대방의 요구를 빨리빨리 들어줘라, 이런 취지의 압박을 내부에서 가하는 그런 상황들이 참으로 힘들었다.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국익에 관한 한, 대외적 관계에 관한 한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강제하거나 또는 실패하기를 기다려서 공격을 하겠다는 심사처럼 느껴지는 그런 내부적인 부당한 압력은 참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면에서 정말 힘센 강자와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을 하는데 그걸 버티기도 참 힘든 상황에서 뒤에서 자꾸 발목을 잡거나 왜 요구를 빨리 안 들어주느냐고 하는 것은 참 견디기 어려웠다는 말씀을 드린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힘은 버티는 것이다. 이게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추가로 새롭게 얻어내기 위한 능동적 적극적 협상을 하는 게 아니고 상대의 요구에 의해서 국제질서 재편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손실을 최소화해야 되는 그런 일종의 비자발적 협상을 해야 되는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이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유일한 조치였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늦었다고 혹여라도 지탄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제가 우리 언론인 여러분들께 한 말씀 좀 드리면, 하여튼 이번 협상은 정말로 중요한 협상이었고 또 정말로 어려운 점들이, 난관이 많은 협상이었는데 우리 현장에 계신 언론인 여러분들도 정말 협조적으로 함께해 주신 게 큰 힘이 됐다. 제가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는 말씀을 자주 드리는 이유도 국제사회는 법적인 강제 규범이 사실상 없다. 영원한 친구도 우방도 없는 그런 세계에서 힘이 관철되는, 이런 협상을 할 때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나 국가의 역량을 최대한 키워야 우리의 국익과 우리의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앞으로도 경제적, 문화적, 군사적 대한민국의 힘을 최대한 신속하게 키워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