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건조 장소 쟁점 아냐"…韓 '팩트시트' 문안 협의 불필요 '입장'
팩트시트 장기전 '조짐'…美 새 문안 요구 韓 "수용 불가"
"핵잠 韓서 건조하는 방향이 맞다"…원자력협정, 연료 등 美 이견 있는 듯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경주 한미 정상회담의 통상·안보 분야 합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둘러싼 양국 간 협의가 장기화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포함한 안보 분야 전반을 다룬 팩트시트는 이미 윤곽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측이 문안 변경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원자력협정 개정, 핵연료의 군사적 사용 등에 대해 미국내 이견이 정리돼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문안을 바꿀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12일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최근 미국 측이 안보 분야 팩트시트와 관련한 새로운 문안을 요구하면서 발표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애초 양국은 경주 한미정상회담 직후 2~3일 내에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하기로 했다. 안보 분야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비롯한 동맹현대화와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원자력협정 개정, 재래식 무기 탑재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양국 정상이 논의한 내용이 모두 담길 예정이었다.
이같은 팩트시트는 어느 정도 완결 상태에 왔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었지만 미국 측이 내부 조율 과정에서 문안 변경을 요구하면서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협의를 끝내고 싶지만 미국에서 새 문안을 가지고 요구를 해오면서 진척이 없다"라며 "문안 협의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는 더 협의하지 않으려고 한다. 더이상 합의할 필요가 없다. 우리 입장을 관철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기존 문안대로 발표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 그런 얘기(문안 조정)가 나오기 때문에 (미국 내부에서) 정리를 해야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은 경주 정상회담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놓고 이견을 조율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핵잠수함 도입을 승인하면서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두고 세부 협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잠수함을 한국에서 건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원자로 또한 우리가 개발하고 연료만 미국에서 공급 받는 방식으로 양국 정상이 협의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다만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핵잠수함을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를 두고 양국이 이견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대통령실은 팩트시트는 '핵잠수함은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전제로 작성됐다는 입장이다. 건조 장소보다는 잠수함 도입과 연계돼 있는 한미 원자력협정, 연료 확보를 위한 원자력 군사적 이용 논의 등에서 미국 측이 추가 요구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국에서 건조하는 방향은 맞다. 건조 장소가 문제 된다는 건 틀린 얘기"라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핵잠수함 자체는 쟁점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안보 분야 팩트시트의 최종 문안을 놓고 한미 양국이 대립하면서 발표 시점은 이번주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오는 14일까지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 자리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참석하는 만큼 안보 분야 팩트시트와 관련한 추가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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