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대비 실패·초등대응 지연 인재 불러" 이태원참사 등 감사
감사원 "제도 중심 한계 드러나"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 등 최근 대형재난을 분석한 결과, 사전대비 부실과 초동대응 지연이 인재를 초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단순한 제도 보완이나 인프라 확충보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권한·책임·역량 강화와 응급의료·통신 인프라의 실효성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피해 규모가 컸던 사회재난 3건인 2022년 이태원 참사, 2018년 밀양 A병원 화재, 2022년 동해안 산불을 대상으로 △현장상황실 구축 △초기 상황인지 △재난 매뉴얼 숙지 및 교육 △훈련 △사상자 구호 및 응급의료체계 △재난통신 및 CCTV 활용 등 6개 분야를 집중 점검했다.
감사 결과, 우선 이태원 참사 당시 사전 대비와 초동 대응이 모두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구는 2022년 10월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방문객 급증을 예측하고도 인파관리 계획이나 안전요원 배치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참사 당일(10월 29일) 오후부터 밀집 사진이 간부들 사이에서 공유됐지만, 재난관리책임자는 순찰이나 통제 등 구체적 조치를 지시하지 않았다. 법령상 '다중운집인파사고' 항목이 명시돼 있지 않아, 주최자 없는 행사에 적용할 매뉴얼도 없었다.
초동대응도 늦었다. 소방이 참사 당일 22시 15분 신고 후 5분 만에 국가재난의료시스템(NDMS)을 통해 상황을 전파했지만, 용산구 상황실은 이를 즉시 인지하지 못했다. 행안부의 재차 통보(22시 53분) 후에야 상황을 파악했고, 행안부의 재난문자 발송 지시(22시 53분)는 00시 11분에야 실행됐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18시 18분부터 23시까지 접수된 압사 위험 신고 94건이 상급 보고로 이어지지 않아, 경찰청장은 최초 신고 후 약 2시간이 지난 00시 14분에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기동대 출동 지시(23시 17분) 이후 현장 도착은 23시 40분으로, 대부분의 희생이 발생한 이후였다.
감사원은 이를 두고 "기초지자체의 전담인력 부재, 재난교육 미이수, 과다하고 형식화된 매뉴얼 등으로 인해 신속·적절한 초동대응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응급의료와 통신 인프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소는 22시 50분 출동 요청을 받고도 76분 후인 00시 06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서울대병원 DMAT은 23시 20분에 도착했으나, 중증도 분류가 미흡해 79건 중 72건(91.1%)이 재이송되는 등 분산이송이 사실상 실패했다. 현장운영일지와 구급활동일지는 부실하게 작성돼 사후 검증이 어려웠다.
재난안전통신망도 실전에서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 전체 사용은 44회, 총 145초(평균 3.3초)에 불과했고, 대부분 의미 있는 지휘·상황 보고가 아닌 단문 호출 수준이었다. 현장에서는 카카오톡 등 개인 메신저에 의존했으나, 상용망 트래픽 폭증으로 통신 지연이 발생했다. 또한 통합관제센터와 상황실 간 연계가 부실해, 점검 대상 CCTV 2만4124대 중 2769대는 재난 대응용 시스템과 연결되지 않아 현장 확인과 구조지휘에 한계가 있었다.
나아가 밀양 A병원 화재와 경북 울진 산불 사건도 이태원 참사와 같이 '사전 대비 미흡과 초동 대응 지연'이 인재로 이어졌다는 공통된 취약점이 드러났다.
밀양 A병원 화재 당시(2018년 1월 26일 오전 7시 32분)에는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에서 전기배선 합선으로 불이 나 47명이 사망하고 145명이 다쳤다. 밀양시 보건소는 환자에게 응급환자분류표를 부착하지 않아 이송 병원이 신속히 초동진료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소방·경찰 등 관계기관이 개별 통신망을 사용하면서 현장 지휘와 구조에 혼선이 빚어졌다.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 역시 초동 대응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발화지를 조망할 수 있는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담 감시인력이 부족해 초기발견에 실패했고, 불길이 확산되면서 무선기지국과 이동통신시설이 손상돼 통신이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이미 2021년 구축된 재난안전통신망의 활용도 역시 매우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산불은 213시간 만에 진화됐으며, 산림 2만 523헥타르가 소실되고 58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단기와 중장기 개선과제를 병행해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지자체 상황실 전담인력 보강 △상황근무수당 신설 △교육·훈련 강화 △응급의료 일지 체계화 등을 요구했다. 중장기 과제로는 △재난총괄부서장 등 핵심직렬에 대한 파격적 처우(동일직급 대비 2배 수준 보수) △전문가 채용제도 개편 △통합상황실 운영 검토 △방재직 확충 및 기초지자체 권한 보장 등을 제시했다. 또 재난유형별로 복잡하게 분리된 매뉴얼을 기능 중심의 통합형으로 단순화하고, 교육·훈련을 실전 중심으로 바꿔 현장 환류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응급의료체계에 대해서는 보건소 출동역량 강화 교육과 평가·환류체계를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소방·보건소 간 역할 재편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재난안전통신망의 품질·기술 수준을 재검토하고, 통합관제센터와 상황실 간 연계, CCTV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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