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날, 대통령실 집회 경비한다고…경찰, 인파 관리 손놨다(종합)

정부합동감사 결과…"대통령실에만 관리 인력 집중 배치"
용산구청 초동보고체계 미작동·감독 부실…'허위 조치'도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이기림 기자 =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의 인파관리부실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정부 합동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참사 대응 및 후속 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된 공직자 62명에 대해 징계 등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합동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서영석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 최일동 행정안전부 감사관, 고정삼 경찰청 감사관이 참석했다.

김영수 국무1차장은 "정부는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7월 23일부터 합동 감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경찰청, 서울시청, 용산구청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감사 결과, 대통령실 인근 경비 인력 집중, 이태원에는 ‘공백’

정부 합동 감사 결과, 참사 당일 경찰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 대응에 경비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이태원 일대에는 인파 관리 인력을 전혀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차장은 이에 대해 "경찰청은 참사 당일 대통령실 인근에 열린 집회로 인파 관리 인력을 집중 배치했다"며 "(반면) 이태원 일대에는 전혀 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2020년과 2021년 핼러윈을 대비해 경비를 배치한 것과 대비되는 조치"라며 "2022년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인근 지역의 집회 시위가 증가했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서울청과 용산서 경비인력 운용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용산경찰서 관내 집회 및 시위는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전년 대비 26.1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참사 당일 경찰은 삼각지 일대 집회·시위 현장에 경비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이태원 일대에는 미배치했다.

이태원파출소, 허위로 '조치 완료' 입력…"업무 인수인계도 공백"

또한 이태원파출소는 참사 전 최대 11건의 압사 위험 신고를 받고도 단 1회만 현장 출동했으며, 나머지는 허위로 '조치 완료'로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차장은 해당 내용을 설명하며 "용산경찰서장 등 주요 지휘관들은 사고를 늦게 인지하고 현장 지휘에 소극적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경찰청장은 오후 11시 36분쯤 상황을 인지해 다음 날 새벽 0시 25분에야 현장에 도착했으며, 용산서장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 종료 후 교통정체로 오후 11시 5분쯤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도착 후에도 현장 확인 없이 파출소에 체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 사이 실시한 특별감찰 과정에서도 공식적인 감찰보고서 없이 활동을 종료했고, 인수인계 부재로 일부 책임 공직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차장은 "업무 인수인계도 이뤄지지 않아 정년퇴직한 사례 발생하는 등 책임 있는 공직자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0.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시·용산구 감사 결과, 초동보고 체계 미작동·감독 부실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 용산구청의 재난 초동보고 체계 역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차장은 "용산구청 상황실 근무자 5명 중 2명은 구청장 지시로 전단지 제거 작업에 투입됐고, 나머지 인원은 사고 전파 메시지를 받고도 30분이 지나서야 국장에게 보고했다"며 "부구청장 등 주요 간부에게는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난관리 총책임자인 구청장은 외부 인사를 통해 참사 발생을 뒤늦게 인지했으며,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이나 통합지원본부 가동 등 핵심 결정을 하지 않았다. 보건소장 역시 현장 의료책임자임에도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하지 않아 사상자 이송 과정의 혼란을 초래했다.

또 감사에서는 '춤 허용 일반음식점'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도 드러났다. 사고 골목 내 업소의 과도한 소음이 의사소통을 방해해 참사에 기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울시청은 용산구청이 요청한 징계대상자에 대해 내부 보류만으로 징계를 연기해 일부 간부가 정년퇴직했고, 용산구청 역시 경찰의 비위 통보를 받고도 해당자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실시하지 않았다.

정부 "퇴직자는 징계 불가…62명엔 상응 조치”

정부는 이번 합동 감사를 통해 확인된 경찰청 51명, 서울시·용산구청 11명 등 총 62명에 대해 징계 등 상응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서영석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은 "퇴직 공무원은 감사 대상이 아니며, 이미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행정상 조치는 불가능하다"며 "다만 상당수는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