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지키느라…이태원 경비 인력 미배치, 159명 사망 불렀다

정부, 이태원 참사 합동 감사 결과 발표…관련자 62명 등 징계 요구
용산구청 재난대응체계 미작동 확인…압사 사고 수신하고도 방치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별들의 집'을 방문, 유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10.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김지현 기자 =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10.29 이태원 참사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정부 합동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정부는 참사 대응 및 후속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된 공직자 62명에 대해 징계 등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7월 23일부터 합동감사 태스크포스(TF)를 운영, 경찰 및 서울시청·용산구청 감사를 실시해 이같은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앞서 이태원 참사는 지난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다. 핼러윈 등을 위해 이태원 거리를 찾은 시민 159명이 사망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로…경찰, 이태원 경비 인력 미배치 확인

우선 경찰청 감사 결과, 참사 당일 경찰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관리를 위해 경비인력을 집중배치한 반면 이태원 일대에는 경비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용산경찰서는 2020~2021년 수립했던 핼러윈데이 대비 '이태원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참사가 발생한 2022년에는 수립하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용산경찰서 경비수요가 대폭 증가했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비인력을 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용산경찰서 관내 집회 및 시위는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전년 대비 26.1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참사 당일 경찰은 삼각지 일대 집회·시위 현장에 경비인력을 집중배치하고, 이태원 일대에는 미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장은 핼러윈데이 대비 경비계획 보고를 받으며 혼잡경비인력 누락을 문제시하거나 보완지시를 하지 않았고, 용산경찰서장은 상황실의 핼러윈데이 대책 보고 시 '경비는 왜 없지?' 질문외 추가보완 지시를 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은 2021년 수립했던 핼러윈 대비 혼잡경비계획 수립을 검토하지 않았고, 정보과장은 실무자의 핼러윈데이 정보관 배치 건의에 대해 '집회관리에 집중하라'며 묵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태원파출소에서는 참사 발생 전까지 약 4시간 동안 압사 위험 신고 11건에 대해 현장 출동 명령을 받았으나, 단 1회만 현장 출동하고 시스템에는 모두 출동 후 조치한 것처럼 허위 입력했다.

또한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 등 주요 책임자들은 상황 인지 지연 및 신속한 현장 지휘 실패 등으로 참사 적시 대응에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9시 5분쯤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가 종료된 후 교통정체로 오후 11시 5분쯤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도착 후에도 참사 현장 확인 없이 파출소에서 머물면서 현장 지휘 공백을 야기했다.

서울경찰청장은 오후 11시 36분쯤 참사 상황을 인지해 다음 날 오전 0시 25분쯤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오전 1시 19분쯤까지 경찰청장에게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 실시한 특별감찰과 후속 징계과정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용산경찰서장 등 8명을 수사의뢰한 것 외에는 공식적인 감찰활동보고서를 남기지 않고 활동을 종료했으며, 감찰담당관실과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참사 책임 공직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하기도 했다.

서울시청·용산구청 감사 과정선 '재난발생 초동 보고체계' 작동 안해…정부, 62명 징계 등 후속조치

행정안정부의 서울시청 및 용산구청 감사 결과에서는 용산구청의 재난발생 초동 보고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상황실 근무자 5명 중 2명은 참사 발생 시점 구청장이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전쟁기념관 인근 담벼락 전단지 제거 작업을 수행 중이었고, 내근자는 압사사고 관련 전화를 수신하고도 방치했다. 이후 행정안전부의 사고 전파 메시지를 수신한 뒤 담당 국장에게 상황보고했지만, 구청장 등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재난 발생 시 지방자치단체는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하지만, 용산구청은 주요 책임자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아 대응체계 구축이 지연됐다.

구청장은 오후 10시 59분쯤 현장 도착 후 2시간 동안 주요 결정을 하지 않고 다음 날 오전 1시에야 상황판단회의를 열었다. 안전재난과장은 참사 발생사실을 전파받고도 다음 날 오전 7시 30분 출근하기도 했다.

재난상황을 총괄·관리하는 지대본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설치하지도 않은 상황실을 설치했다는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가 배포되기도 했다.

이태원 내 '춤 허용 일반음식점' 부실점검도 확인됐다. 용산구청 감독실태를 확인한 결과, 참사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소음·진동규제 관련 지도·점검 업무가 형식적으로 실시되고 있었다.

사고 당시 인근 '춤 허용 일반음식점' 소음으로 인해 행인 간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참사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TF는 설명했다.

서울시청은 용산구가 징계요구한 재난대응 책임자에 대해 공식 절차 없이 내부 보고만으로 징계 보류를 결정해 그대로 정년퇴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용산구청은 경찰 수사 결과 직무상 비위가 확인된 7인에 대해 행정처분을 요청받았지만 감사일까지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합동감사 TF는 감사 이후 후속조치 과정을 통해 경찰청 51명, 서울시청 관련자 11명 등 총 62명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퇴직했거나 징계 처분을 받은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 용산구 부구청장, 안전건설교통국장, 안전재난과장, 용산보건소장은 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