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방미, 한미 관세 협상 돌파구…APEC 전 '타결 막판 총력전'

美 베선트 "한국과의 협상 마무리 단계"…대통령실 "이견 좁혀가는 과정"
APEC서 '확실한' 협상 타결 가능성도…"진전 공감대"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개장 벨을 타종한 뒤 참석자들과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 대통령,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용범 정책실장, 린 마틴 뉴욕 증권거래소 회장.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한병찬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는다. 한미 간 관세 협상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위급 후속 협의가 본격화하면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경제 현안 해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실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해 한미 간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한다.

대통령실은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우리 정부는 한미 간 관세협상의 주요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에 있다"며 "다만 늘 강조하는 바와 같이 시한을 두고 서두르기 보다는 국익 최우선 원칙에 따라 미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어느 나라와의 무역협상에 가장 집중하고 있냐'는 질문에 "한국과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현재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라면서 한미 양국 관계자들이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 중 별도 회동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범 실장은 관세 협상과 관련한 금융 패키지 협의를 하기 위해 러트닉 장관 등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 하는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미에는 김정관 산자부 장관도 동행하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현지에서 합류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면담한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관세 협상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결단의 책상'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8.31/뉴스1 (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News1 류정민 특파원
韓정부 현실 방안 담긴 수정안에 반응한 美…최종 타결 조건 논의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와 관세 인하 합의는 지난해 7월 성사됐지만 투자 집행 방식 및 일정 조율 문제로 실무 협상이 난항을 겪어왔다. 미국은 대규모 투자를 전액 직접 투자 현금으로 빠르게 집행할 것을 요구한 반면,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과 경제 현실을 고려해 금융투자, 프로젝트 투자 등 투자 방식 다변화와 장기 이행 계획을 제안했다.

최근 미국이 한국 측 수정안에 대해 일정 부분 반응하며 투자 방식과 일정에 유연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대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6일 러트닉 장관과 만난 뒤 귀국하면서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 같은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도 전일 삼프로 TV와의 인터뷰에서 대미 관세 관련 금융 패키지와 관련해 "패키지가 실제 집행되는 단계에 가면 특별법도 필요하고 국회 동의안도 받아야 하는 기술적인 부분도 필수적"이라며 "국회에서 심의할 때 납득할 만한 내용이 돼야 한다. 그런 부분을 (미측에) 잘 정리해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거액의 대미 투자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 때문에 미국이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약속하는 게 협상 타결의 필요조건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는 교착 국면을 해소하고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김 실장은 현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만나 금융 패키지 협의를 포함한 관세 관련 주요 사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동시에 전일 미국으로 출국한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재무 분야 관련 긴밀한 협의도 진행한다.

APEC서 관세 '확실한' 타결 가능성도…"APEC에 앞서 진전 있어야 한단 양측 인식 있어"

이번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가오는 APEC 정상회의에서 공식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양 정부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 조성과 운용에 관한 이견을 해소해 협상 타결 조건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실장은 전일(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세 협상이) 잘 안돼서 지연된 바 있지만 이제 다시 APEC 정상회담에 앞서 시기상 진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양측의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APEC이 한미 무역 및 투자 관계의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일관되게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 '국익 최우선'을 기조로 형상 결과가 도출되기 전까지 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다.

김 실장은 "동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상호 호혜적으로, 미국 제조업 부흥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는 최적의 나라는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