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관세·내치' 3대 과제…李대통령 정국 구상 시험대

APEC 준비부터 대미 관세 협상까지…외교·경제 현안 산적
'국정자원 화재·냉부해' 李정부 첫 국감…개혁 과제 전략 분수령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연휴 동안 정국 구상에 전념한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맞서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나선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대미 관세 협상 그리고 내치 현안이 맞물리며 외교·경제·정치 모두에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고 휴식과 함께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만만찮은 국내외 과제가 산적한 만큼 대응 방안을 면밀히 점검하며 향후 국정 운영의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오는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다. 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다자 정상회의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외교 역량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들이 집결하는 자리로 의제부터 의전·안보 준비까지 이재명 정부 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APEC, 관세 협상 '전환점' 될까…EU까지 관세 문제

APEC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교착 상태에 빠진 대미 관세 협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최근 한국 정부에 3500억 달러(약 494조 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선불 및 투자액 증액까지 언급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런 미국의 주장에 외환시장 충격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필요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까지 최대한 이견을 좁혀나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 기간 4차례나 대미 관세 협상 관련 회의를 열고 향후 전략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미국과의 관세 협상만으로도 복잡한 상황에서 EU까지 가세하며 협상 전선이 넓어졌다. EU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철강 수입 쿼터 물량을 47% 축소하고 쿼터 밖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인상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EU는 우리나라 철강 수출 최대 시장으로 미국에 이어 관세가 50%로 인상될 경우 국내 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대통령실은 "관련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李정부 출범 후 첫 국감…개혁 과제 엇박자 조율도

오는 13일 시작되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도 관건이다.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출석 여부,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 등 대통령실 운영과 인사·정책 기조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부부가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 속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다며 대통령실을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을 공개하며 적극 반박했지만 논란은 추석 연휴 내내 가라앉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연휴가 끝나자마자 국정자원 화재 현장을 방문해 직접 복구 상황을 점검했다.

당정 간 미묘한 엇박자를 조율하며 개혁 과제를 완수하는 것도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추석 연휴 기간 우상호 정무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에 이어 대법원 현장검증을 나가기로 한 것에 대해 "정의롭다고 해서 늘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조용한 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강훈식 비서실장도 4일 유튜브 방송에서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수술대 위로 살살 꾀어서 마취하고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아 여기 혹을 뗐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게 개혁이어야 된다고 이 대통령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은 올해 안에 반드시 사법 개혁 등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 "상기하자 조희대의 난, 잊지 말자, 사법개혁"이라고 적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개혁은 속도감 있게 하는 게 맞지만 방식에서는 되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인천 강화제일풍물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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