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이 주목한 李대통령…소년의 고난, 국가 위기 극복 서사로
취임 100일 맞이해 美타임지 인터뷰
최저 출산율·최고 자살률·높은 청년 실업률 극복 의지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를 가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타임이 발표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Time 100)'에 선정되기도 했던 이 대통령은 이번에 아시아판 표지를 장식하며 국제 무대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타임지는 '가교 :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리부트하다'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전날(18일)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이 직면한 현실을 '매우 심각한 위기'라고 규정했다. 세계가 한국을 첨단 기술과 K팝의 나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선진국 중 최저 출산율과 최고 자살률, 높은 청년 실업률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를 성장 궤도로 되돌리고 국민이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위기 극복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의 개인사와 맞닿아 있다. 경북 농촌의 가난한 집안에서 일곱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학업을 중단하고 공장에서 일했고 그러다가 산업재해로 손목을 크게 다쳤다. 생활고 속에 자살까지 시도했던 경험까지 털어놓으며 이 대통령은 "죽는 것도 힘들었다. 죽지도 못한다면, 더 잘살아 보는 게 낫지 않겠는가"라고 회고했다.
절망을 딛고 법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권 변호사·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통령에 오른 그의 서사는 한국이 최빈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과정과 닮아 있다. 그야말로 재시동(리부트)으로, 이 대통령은 자신의 경험과 신념, 한국인의 불굴의 국민성을 믿고 '국익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복잡한 현안들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타임은 역대 한국 대통령들을 조명해 왔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 아이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의지를 밝히며 개혁·개방을 강조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비핵화 검증과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두고 타임지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와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에 대해 평가하는 기사를 내놨다. 2021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한반도 평화 구상과 동시에 부동산 정책 실패 등 국내 정치적 부담을 언급했다.
각 대통령의 인터뷰는 시대 상황과 정치적 과제를 반영한 기록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도발 억제와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비핵화,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부각했듯 외교와 안보 현안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은 특히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의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협상에 있어 "미국 측의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해서 내가 동의하면 탄핵당할 것"이라며 협상 난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국 협상팀에 합리적 대안을 요청했다"고도 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무기 중단-감축-비핵화'의 3단계 접근 방안을 제시하며 부분적인 제재 완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미중 갈등 사이에서 미국과 함께하되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새로운 세계 질서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속에서 미국과 함께 할 것이지만,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도록 중국과의 관계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이 두 진영 간 갈등의 최전선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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