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실용외교 근간 '한미동맹'…안보·통상 실질적 성과 '숙제'

[李대통령 100일] 친중 반미 오해 불식…'안미경중' 탈피 선언
한미일 연대로 미래지향적 협력…한미 통상·안보 협상은 현재진행형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미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려고 펜을 잡으려는 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뒤에서 의자를 당겨 주고 있다. (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9.1/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한재준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동안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외교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이를 기반으로 통상·안보 협상을 풀어가는 한편 한반도 문제도 글로벌 의제로 띄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12일 만에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우리나라의 정상외교를 복원했다. 이후 연달아 개최된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워싱턴DC 백악관 오찬 회담 후 오벌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어간 만남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8.31.(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News1 류정민 특파원
위태위태하던 한미관계 극적인 반전…친중 우려 불식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굳건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을 배척하지는 않겠다는 실용외교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

이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20분간 통화를 나누며 실용외교의 첫발을 뗐다.

그러나 한미관계는 순탄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G7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정상 간 만남이 불발됐을 뿐만 아니라 이후 미국 내 극우를 중심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친중'(親 중국) 주장이 제기되면서 양국 간 오해의 불씨가 커졌다.

결국 한미정상회담 당일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로 우려가 현실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purge) 또는 혁명(revolution) 일어나는 상황 같다"며 특검의 오산기지 및 교회 압수수색을 지목하면서다.

한미정상회담 불발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뒀던 일촉즉발을 상황이었지만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의 물밑 조율과 한반도 문제를 대화의 가운데로 끌고 온 이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으로 미국과의 오해를 극적으로 풀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에서 과거와 같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정책을 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자리에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근간이 한미동맹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를 통해 미국 조야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는 평가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이 100일간 외교적 방향성에 대한 국내 논쟁을 정리했다고 생각한다"며 "방향성을 명확히 한 것이 100일간의 외교 성과 중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금지) 2025.8.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진보 정부서 '한일 미래지향적 협력' 메시지

한미 양국이 동맹에 대한 굳건함을 확인하게 된 계기로는 방미 일정에 앞선 한일정상회담이 꼽힌다.

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하면서 한미일 연대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의 공동 언론 발표문에서 과거사 문제를 중심에 두기보다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이어나가자고 했다. 이를 통해 미국 측에 한미일 연대 의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는 분석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재명 정부 초기 100일은 한미·한일 관계를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고 볼 수 있다"며 "친중·반미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7월 30일 합의한 한국과 미국 간 무역협상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미국 측 인사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9.1/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대미투자펀드·주한미군 협상 등 과제 산적…"첫 번째 과제"

이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간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외교 정책 방향을 확고히 한 것은 성과로 평가되지만 미국과의 통상·안보 협상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은 남아있는 과제다.

통상 분야에서는 자동차 등 품목관세 인하와 우리 정부가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의 구체화 방안을 놓고 미국 측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도 남아 있는 과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국방비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등 해결되지 않은 안보 현안도 산적해 있다.

미국이 일본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등 무역 합의를 이행하기로 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통상 협상 성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한미일을 중심으로 외교 방향성을 설정했기 때문에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여타 동맹국과 유사한 수준의 성과를 가지고 오는 게 첫 번째 과제일 것"이라며 "지금은 미국과의 실질적인 협상 결과를 가져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