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투자 확대' 약속…국방비 숫자 없고, 가스전·농축산 '봉합'

미국 측 우리나라 '미래형 전략화' 상당 부분 수용
알래스카 가스전 투자·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워싱턴=뉴스1) 김지현 심언기 한재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마무리됐다. 이번 회담은 ▲한미동맹 현대화 ▲경제·통상 안정화 ▲새 협력 분야 개척 등 세 가지 의제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양측이 입장 정리를 미뤄두고 모호하게 넘어간 의제와 구체적 숫자가 빠진 합의들이 남아 있다. 향후 추가 협상에서 양국 갈등의 씨앗이 될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2시간 반가량 정상회담을 갖고 국방비와 방위비 증액을 비롯해 대미 투자, 조선·원자력 협력 등 다양한 의제를 놓고 2시간 16분간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정상회담 의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보면, 우선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요구해 온 '한미동맹 현대화 부분'에서 우리나라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한반도 방어에 집중된 주한미군 전력을 '전략적 유연화'라는 명분으로 중국·대만해협·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전역의 사안에 대응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전략 첨단화 등을 제시하며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라는 문구로 협상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미국 측은 우리 정부의 제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안보실장은 "(동맹 현대화는) 연합 방위 능력을 강화하고, 우리 안보를 더 튼튼히 하는 방향으로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해 왔다"며 "구체적인 문구는 조정하고 있지만 큰 방향은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 그게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방비 증액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제안해 미국산 첨단 무기 구매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지만, 구체적인 구입액이 정해지진 않았다. 위 실장은 "미국 무기 구매는 첨단, 꼭 필요한, 중요한 무기를 구매하려는 것이라 서로 간의 '미팅 오브 마인드'(meeting of minds, 의견일치)가 있었다"고 전했다.

방위비 증액 부분에 있어서는 미국 측의 추가적인 요구가 없으면서 일단 논의가 일단락됐다. 위 실장은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재론하자거나 다시 오픈해서 늘려보자고 하는 논의는 없다. 오늘까지도 그건 없었다"고 밝혔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경제 통상 안정화 분야'에서는 기존 3500억 달러 금융 패키지에 더해 15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가 발표됐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조선, 원자력, 항공, LNG, 핵심광물 등 전략산업 중심으로 2건의 계약과 9건의 MOU가 체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한 알래스카 가스전 투자는 합의 없이 향후 과제로 남았으며,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도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국내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그룹 총사 14명과 전문경영인 2명 등 총 16명이 참가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병행됐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미 측과 AI 반도체, SMR 원전, 조선, 콘텐츠 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했다.

'새 협력 분야 개척' 부문과 관련해 김 실장은 "양국 간 거의 전 산업을 망라한 협력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원자력 협력과 관련해 "정상 간 의미 있는 논의가 있었으며, 추가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역시 지속 협의 채널을 가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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