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버텨보라"…李 대통령, 한미 관세협상 '막후 지휘'

재무·산업·통상·외교라인 총력전…"결국 이재명-트럼프의 협상"
李, 관세협상 메시지 최소화…"끝까지 국익 최우선" 주문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오찬 주례보고회동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가 목전에 다다르면서 정부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현지에 파견한 협상팀과 수시로 연락하며 협상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국면에선 "더 버텨보라"며 협상팀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결국 이번 한미 관세협상은 '이재명과 트럼프의 협상'이라는 본질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최종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라는 점에서 협상팀과 소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담판 협상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구 부총리는 "국익 중심으로 한미가 상생할 수 있는 협상안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한국의 프로그램을 잘 설명하고 조선업 등 한미 간 중장기적 협력 분야도 잘 협의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29일 관세협상 우회지원을 위해 출국했다. 일본을 먼저 방문한 뒤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미일 관세협상 분위기를 살핀 후 오는 31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돌입한다.

협상 최일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카운터파트의 동선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며 스코틀랜드로 떠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추가 논의를 위해 유럽행을 불사한 모습이다. 이들은 스코틀랜드 일정을 마친 후에 다시 워싱턴 DC로 돌아와 최종 담판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일정 중에도 틈틈히 협상 진척 또는 변동 사항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현지 협상단과도 유선 또는 정리된 보고서를 토대로 협상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유선 또는 구두로 보고하고 있다"며 "관세 협상은 결국 우리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 협상이고, 참모진은 이를 보조하는 실무 역할을 맡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 몫"이라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께서는 비공개 일정임에도 거의 24시간 내내 보고를 받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끝까지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서실장 주재 통상대책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7.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내부적으로 협상 상황을 24시간 보고받으며 주요 사안을 지시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관세 협상과 관련한 공개 발언은 극도로 삼가고 있다. 이는 협상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현실적 필요와 함께 대외적으로 의연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막판 타결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주 목요일 정례 수석보좌관회의 주재 이후 미국 관세 협상과 관련해선 한발 물러서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 중심으로 관세 대응 회의가 이뤄졌다.

반면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과 관련한 공개 일정 없이 부산 타운홀미팅, 산업재해 현장방문 및 공개 국무회의 등 내치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이 대통령이 '의도적 침묵'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익 최우선 협상 방침은 분명하다. 협상팀에 '더 버텨보라'는 말도 하신다"며 "주어진 여건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강단 있게 대처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참모진 조언도 있다"고 말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