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총리 "민간 부동산 수요가 원하는 공급을 푸는 것이 합리적"
[일문일답] "서비스든 인프라든 문화든 클래스가 다른 APEC을 만들어야
"광화문 태극기식 한미 동맹 매우 낡아…새 비전 제시할 때"
- 김지현 기자,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이기림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는 "같으면서도 다르게, 같으면서 보완하면서 가는 새로운 한미 동맹의 비전을 한국이 제시해야 할 때"라며 "광화문 태극기 식 한미 동맹은 매우 낡았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21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계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과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그 미래를 함께 설계할 때 강해진다는 게 한미 동맹의 핵심"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의 피영향자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도 플레이어(주체)로 상당히 성장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과잉 대응이나 인위적 규제보다 시장·민간 수요에 맞춘 실질적인 공급과 신속·정밀타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필요시 시장 수요에 맞고 민간 수요가 원하는 공급을 여러 방식으로 푸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민석 국무총리의 일문일답.
- 최근 집중호우 상황에서 기존 대응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리가 막연히 얘기하던 기후 변화가 이제 현실의 '뉴노멀'이 됐다. 장마와 우기, 건기가 섞이고, 예전처럼 장마 끝나면 여름오는 패턴이 바뀌었다.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도 있고, 그 뒤에 '물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있다. 신체적으로도 적응이 어렵고 인프라도 과부하 상태다. 기존의 비 피해 대응은 침수, 피해자보호, 재산복구, 전염병 방지 같은 루틴이 비슷했다면, 이제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그 대응체계가 달라져야 하는 초입에 들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 하수나 빗물받이 체계로는 감당이 안 되는 규모의 비가 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희가 미리 대비하고 피해 최소화하는 건 기본이고 앞으로는 뉴노멀 기후 체제에서 국지적 집중호우에 어떻게 대응할지 정책과제라고 본다.
- 대통령께서 총리한테 특별히 요구하신 부분이 있나
▶ 대통령께서 저에게 총리 된 뒤 가장 강조한 게 '불필요한 사망을 줄이자'는 거였다. 교통사고, 자연 재난, 의료재난, 자살 등 다양한 원인에서 어떻게 줄일지 주문하셨다. 그래서 유형별 원인과 대책, 앞으로 개선점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게 첫 10일의 숙제 중 하나였고, 첫 30일 정책 과제, 즉 새 정부 100일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재난을 겪으면 예비비도 쓰지만 추경 논의도 하게 된다.
▶이제 하반기에는 본 예산을 해야 한다. 다만 지금 말한 것처럼 통상적 재난 대비를 넘어서서 기후 위기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의 구조적 해법, 가령 예를 들어 가칭 '안전 뉴딜'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 그런 고민을 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그것의 소요 예산 규모가 측정 불가 수준으로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취임 초 세계 질서의 변화 속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금 전체 흐름에서 제일 중요한 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다. 그것이 우리 경제의 대내외 기본 틀을 규정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우리의 우선적인 선결과제가 돼야 한다고 얘기했다. 다만 거기에서 우리가 본질을 봐야 한다고 얘기한 것은 개별 영역에서 관세 인상이란 부분적 요구가 나타나지만 그걸 결국 비즈니스맨 출신이고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미국의 국익 중 무엇을 가장 중시하겠는가를 보면서 우리도 전체 흐름을 짜자는 것이다.
-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미국은 오히려 한국과 함께 일할 때 더 강해질 것이다'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진짜 미국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미국의 최대 이익은 한국과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그 미래를 함께 설계할 때 미국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 설계도를 보여주는 것이 한미 동맹의 핵심이다. 광화문 태극기 식 한미 동맹은 매우 낡은 것이라는 점도 이야기하려 한다. 이제는 같으면서도 다르게, 같으면서 보완하면서 가는 새로운 한미 동맹의 비전을 한국이 제시해야 할 때다. 또 관세 협상에 대한 최종 결론은 '빅딜(Big Deal), 빅 픽처(Big Picture)'다. 크게 딜을 하고, 큰 그림을 그리자는 것이다. 그 관점으로 미국에 이야기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오늘 기조연설 제목은 미국의 ‘MAGA(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를 바꾼 'Make Korea-US(KORUS) Great Together'다.
- 외교 현안 협상의 방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 협상 기간이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협상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한국이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진정한 윈윈 구도가 가능할 때만 의미 있는 협상이 성립한다고 본다. 총리는 대통령과 정부가 협상에 총력전을 기울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다. 현장에서 표면적인 디테일보다는 큰 틀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이 한국에 진짜로 바라는 것을 정확히 보고, 그들도 어떻게 하면 큰 그림에서 윈윈이 가능한지 모색해야 한다.
- APEC 행사 준비에 몰두하고 계신다.
▶ APEC은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다. 우리가 국가적인 자원을 투입하는 게 많은 행사다. 이것으로부터 우리는 최대한으로 우리 것도 회수하겠다는 관점의 국가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은 그냥 기본을 하는 APEC이 아니라 서비스든 인프라든 문화든 클래스가 다른 APEC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88올림픽 이상의 국가적인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북이나 경주처럼 일부 특화 지역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뛰어넘기도 해야 한다. 또 APEC 관련해 기업들의 참여와 지혜도 필요하다. 그래서 공공 측면에서는 내셔널 브랜드, 국가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고 이를 높이면서 그 가치의 확산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이재명 정부의 집값 및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은 어떤가
▶ 지금 정부는 진보·보수 정권의 과거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과잉 대응이나 인위적 규제보다 시장·민간 수요에 맞춘 실질적인 공급과 신속·정밀타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사실 초반에는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금융 대응 문제로 접근했다. 비교적 이게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필요시 시장 수요에 맞고 민간 수요가 원하는 공급을 여러 방식으로 푸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위적인 가격 정책이나 억제 정책으로는 풀 수 있는 한계점이 있다는 생각을 명확히 가지고 있다.
■ 대담=최경환 정치부장·부국장, 정리=이기림 기자,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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