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그 자리에 없었다" 李대통령, 사회적 참사 유가족에 사죄

이태원·무안 여객기·오송·세월호 참사 유가족 207명과 간담회
"국정 최고 책임자로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 사죄 말씀 드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1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방문해 참사 추모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참사 현장을 찾아 “관리 부실로 인한 인명사고는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국민이 보호받아야 할 때, 국가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의 대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태원·무안 여객기·오송 지하차도·세월호 등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207명 앞에서였다. 객석에서는 울음이 터졌고, 몇몇 유가족은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훔쳤다.

이날 열린 간담회는 유가족의 아픔을 새 정부가 위로하고 대형 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 이름은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다. 박주민·이연희·권향엽·이해식·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경찰청 등 부처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사 유가족에 고개 숙인 李 "다시는 억울한 국민 생기지 않도록"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행사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국가의 제1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국민이 보호받아야 할 때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사회가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는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들이 있었다"며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사람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 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 대통령은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올 리 없고 유가족 가슴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진 않는다"면서도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국민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이런 자리를 오래 기다렸을지 모르겠다"며 "주신 말씀을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필요한 일을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모두 발언을 마친 이 대통령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모으고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문화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에게 프리지아 꽃을 전달 받고 있다. 2025.5.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참사 유가족 "철저한 진상 규명…재발 방지 대책 마련" 요청

유가족들은 이 대통령에게 자리를 마련해준 것에 감사함을 표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추모 공간 조성,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청했다.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재난 원인 조사 및 국정조사 추진 △재난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비 설치 및 공식 추모 공간 조성 등을 요청했다. 아울러 검찰에게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형평성에 대한 점검과 청주시에 대한 행정안전부 차원의 관리 감독 및 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송해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추모 3주기 행사 참석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참사 관련 정보 공개 △특조위와 피해자 지원단의 인력과 예산 확보를 요청했다. 김유진 무안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2기 대표는 △특별법 개정을 통한 진상 규명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의 독립 △둔덕과 항공 안전 시스템에 대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등 국가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김종기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 이후 국가 폭력에 대한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재난안전관리체계 전면 개편 △생명안전 공원 등 기억 추모 공간의 차질 없는 건립 △참사 피해자 의료지원금 지원 기간 범위 삭제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2022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2023년), 무안 여객기 참사(2024년)는 윤석열 정부 시기에, 세월호 참사(2014년)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발생했다.

bchan@news1.kr